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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과학기술인] <5>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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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과학기술인] <5>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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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교육과학기술부ㆍ한국과학창의재단 선정)으로 꼽힌 박영준(59)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처음 배우던 1970년대 초반은 반도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외국의 논문을 가끔 접하는 정도였고 연구와 산업이 세계적으로도 아직 태동기였다.

"반도체라는 말에 왜 그렇게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어떻게 전기신호가 증폭이 될까, 어떻게 손톱만한 반도체 칩에 트랜지스터를 수천, 수억 개씩 넣어 회로를 만든단 말인가…." 석사 때 박 교수는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 일에 미쳤다. 1년 선배였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함께 1년간 밤낮없이 금속산화물반도체(MOS) 샘플을 만든 뒤 거짓말처럼 잘 나오는 실험 데이터를 바라보던 그 순간의 짜릿함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

해군장교 복무 중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편미분방정식으로 반도체의 동작을 이해할 수 있다는 논문을 읽었다. "나도 만들어보자." 박 교수는 1만줄짜리 포트란 언어 프로그램을 짰다. 컴퓨터가 없어 해군에 있는 것을 밤에만 사용했고, 이 성과로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과정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산업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반도체소자 시뮬레이터 기술이 1983년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태동했다. 반도체 작동은 1초에도 수십억 번씩 움직이는 전자와 홀의 동작에 달려있는데, 이를 평균적으로 이해하는 기존의 드리프트 디퓨전 방법에다가 중요한 전자와 홀을 일일이 추적하는 몬테카를로 방식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기술을 처음 창안한 것이었다.

박 교수는 줄곧 이론적 연구를 실제 반도체 칩 개발에 적용하기를 즐겼다. 전력 소모를 낮춰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박 교수팀이 개발한 전하 펌프회로는 현재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 연구소장을 맡았던 2001년, 투자할 돈이 없어 0.18마이크론 기술에서 0.15마이크론 기술로 전환하는 경쟁사들을 넋 놓고 바라만 보다가 장비투자가 필요없는 새로운 블루칩 기술에 성공, 하이닉스를 세계 2위의 메모리업체로 회생시킨 토대를 만든 일은 가장 보람찬 기억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이 발견한 문제를 잘 풀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우리가 문제를 발견하고 푸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위치"라며 "특히 다음 세대는 인류에게 당면한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고 중요한 것은 남이 준 문제보다 새로운 문제, 남이 하지 않은 문제,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그리고 인류의 문제를 찾는 것입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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