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관리체제를 전 사업현장으로 확대하고, 현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모두 동참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해야 한다"(지난달 22일 현대자동차 비상경영체제 선언)
"위기극복 활동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힘든 만큼, 노사가 공생공존 해야 한다"(4일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근로자 최고 선배모임 '현기회' 이재철 회장)
연말연시를 맞아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간에 '상생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노조가 일부 생산직 근로자들의 위기극복 동참 선언에 "부적절하다"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생산현장의 최고 선배인 기장(일반직 과장급) 이상 모임인 현기회(회장 이재철) 회원 130여명은 위기극복 실천활동으로 소모품 자율 반납, 연월차 자진 사용 등 생산현장 실천사항을 자율 추진키로 결의했다. 기장은 생산직으로 입사해 조장과 반장 등을 거쳐 현장에서 일하는 선임 관리자다.
울산공장 도장2부에 근무하는 이재철 현기회 회장은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모두 현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현대차 내의 많은 동호회들이 위기극복에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아산공장의 생산직 조ㆍ반장 모임(반우회)과 계장 모임(기성회)도 동료 근로자들에게 배포한 호소문에서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자동차산업 전반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회사 비상경영체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울산공장 생산직 조장과 반장들은 지난달 24일 전후로 사측의 비상경영을 통한 위기극복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사측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이후 전주공장(상용차 생산)를 제외한 전 공장에서 생산직 고참 근로자들이 사측과 입장을 같이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산업 위기론 속에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상생 흐름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조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생산직 근로자들의 위기극복 동참 결의와 관련,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반박 수위가 낮다는 점에서 올해 노사 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산직 근로자의 최고참인 기장들이 위기극복을 선언한 데다 노조도 최근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새해는 노사 모두에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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