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가서 커피 한잔 할텨?/ 아니 맥도널드도 가세요?/ 이 사람아 내가 압구정동 늙은 오렌지인 거 몰러/ 플라스틱 의자에 마주앉아/ 그가 손녀딸을 데리고 종종 들른다는 사실을 알았다'(곽효환의 시 '최일남ㆍ닮고 싶었다'에서)
곽효환 시인에게 소설가 최일남 선생은 문학청년 시절부터 닮고 싶은 모델이었다. 문화재단에 근무하면서 일을 핑계로 선생의 집 근처인 학동을 무시로 드나들었던 그는 근엄하게만 여겨졌던 선생이 손녀딸과 맥도널드를 드나드는 소탈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음을 떠올리고 그것을 시로 만들었다.
한용운 서정주 박목월부터 최불암 김광석 손예진까지, 48명의 국내외 문인과 연예인, 예술인들을 소재로 한 '인물시집' <사랑했을 뿐이다> 와 <노래했을 뿐이다> (문학나무 발행)가 출간됐다. 노래했을> 사랑했을>
수록된 시들은 계간 '문학나무'에 2008년 1년 동안 연재됐다. '그림, 문학을 그리다'전을 여는 등 평소 문학과 미술의 교호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서양화가 이인(50)씨가 48명의 인물화를 그려서 책으로 묶었다.
유안진 신달자 오세영 장석남씨 등 28명의 시인과 소설가들(소설가는 황충상씨 1명)은 촌철살인의 통찰력과 발랄한 시적 상상력으로 대상 인물들을 포착한다.
반칠환 시인은 여행가 한비야씨를 '에이즈를 쓰다듬고, 쓰나미를 닦아내며/ 우리 모두의 날숨과 들숨을 몰고 다니는 바람이 되었다지요/ 아니, 바람(wind)의 딸은 이제 바람(hope)이 되었다지요'라고 썼다.
오세영 시인은 가수 장사익씨를 향해 '그대가 사랑이라 이름하면 그것은 사랑이 되고/ 그대가 기쁨이라 이름하면/ 그것은 기쁨이 된다. 가객 장사익/ 고난한 시대의 한 축복이여!'라고 찬사를 보낸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연예인 대상의 시도 눈길을 붙든다. 박남희 시인은 '아름답던 그 이름들을 지나 모처럼/ 청초한 간이역을 만났다 / 주변에 맑은 하늘과 향기로운 들꽃을 거느리고 /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라고 배우 손예진을 묘사했다.
한우진 시인은 '공중에 돌이 떠 있다…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라고 가수 고 김광석을 회상했다. 시인들은 이밖에도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 소설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황진이까지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들을 시로 소묘하고 있다.
해설을 맡은 이승하 시인은 "인간 연구를 할 때 상상력을 발휘해 픽션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소설가들과 달리 시인들은 그 사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인물의 변형과 인물에 대한 재창조, 재해석이 가능한 데 인물시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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