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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세균 민주당 대표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與법안들 절대 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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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세균 민주당 대표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與법안들 절대 수용 못해"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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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영성 부국장 겸 정치부장

_여야가 타협했지만 두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직권상정을 추진한 것, 다른 하나는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입니다. 특히 본회의장 점거는 폭력과 불법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일부 언론들이 10년 전에 했던 것과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승복할 수 없습니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가 중요합니다. 근본 원인을 천착해야 합니다. 첫째,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정부여당이 경제위기 극복에 전념해야지 이념법안을 들고 나와선 안 되는 시점입니다. 둘째, 이념법안의 수가 너무 많아요. 셋째, 절차상 문제입니다. 입법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절차를 충족하지도 못했는데 여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였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 내 폭력을 부정하면서도 야당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지난해 12월 18일 한나라당이 통일외교통상위를 점거하고 경위를 동원해 야당 의원들의 출입까지 봉쇄했을 때 그냥 앉아서 당할 것인지 물리적 저항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후자가 국민의 뜻이자 야당의 역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리력 행사 부분은 사과했지만 당시의 상황이 다시 벌어진다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_당론이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고 있다는 칼럼도 있더군요. 미국의 경우 부시 행정부의 자동차산업 구제안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예로 들며 한국 의원들은 독립성이 없고 당론에 예속된다는 취지였습니다.

"의회의 독립성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상당히 신장됐습니다. 통법부니 행정부의 시녀라는 말들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여야 간 첨예한 쟁점은 당론에 따라, 그 외에 현안은 의원 개인의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고 봅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하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상황은 10년 전으로 돌아갔어요.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만 다녀오면 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_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야당의 뜻을 전달할 생각은 없습니까.

"제가 만나 설득한다고 될 문제는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아마추어 수준이지요. 이를 변화시키려면 야당 뿐만 아니라 국민과 언론이 나서야 합니다."

_6일 이루어진 여야 간 타협을 평가하신다면.

"민주당은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고 노력이 무위로 끝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_미디어 관련법 등에 대해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모호한 문구가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하다가 안 되면 아무 것도 못 한다는 뜻이지요. '합의'와 '협의'의 의미는 다릅니다. 의미가 같다면 왜 그걸 놓고 여야가 싸웠겠습니까. '합의 처리'는 다수당이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야당과 타협해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_민주당이 미디어 관련법 저지에 그토록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의 알 권리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할 것입니다.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_미국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제한하고, 유럽은 겸영을 허용하는데요.

"우리나라 언론상황을 보면 어느 곳의 예를 따라야 할지는 분명합니다. 외국에는 재벌이 없습니다. 신문ㆍ방송 겸영, 특히 재벌의 방송경영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_정부여당은 미디어 관련법을 경제적 관점, 일자리 창출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보도채널 외에는 개방돼 있어요.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은 국민 기만입니다."

_정 대표는 지난 정권 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하지 않았습니까.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 조건부로 찬성했습니다.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이후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동일합니다."

_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미국 새 정부 출범(20일) 이후 이른 시일 내 협의 처리한다면 2월 중에 처리되는 겁니까.

"서두를 이유가 없어요. 만약 우리가 서둘러 비준했는데 미국이 비준을 계속 미룬다면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우리 국회의 비준이 미 의회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먼저 비준했는데 미국이 재협상을 들고 나오면 한미FTA는 날아가게 됩니다."

_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우리 국회의 비준 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국가적 자존심 상 수용할 ?없지 않습니까. 만약 수용한다면 미국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셈인데, 제2의 촛불시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새 정부가 의회에 FTA 비준안을 제출하는 것을 보고 처리하자는 겁니다. 부시 행정부는 한미 FTA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지도 않았어요.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올 가을부터나 논의가 가능할 겁니다. 우리는 그동안 피해산업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FTA를 위해 쇠고기를 선물로 줘버렸어요. 협상카드로 갖고 있어야 했는데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헛발질한 셈이 됐습니다."

_이번 여야 대치 과정에서 정 대표는 강한 이미지를 심었지만 온건 합리적 이미지에 흠집이 간 측면도 있습니다.

"이제껏 나는 민생과 경제살리기에는 적극 협력, 국민 의견이 갈리는 것에는 경쟁, 민주주의 후퇴에는 강력 투쟁으로 나눠서 행동했습니다. 이번에는 세 번째 상황이어서 투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민생법안은 통과시키자고 했습니다. 여야 역할이 다릅니다. 여당 시절에는 국정 운영이 1순위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야당이니까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는 것입니다. 자세만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_2월 뉴민주당 플랜을 선언하는데 민주당이 앞으로 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국민들에게 야당은 반대만 하는 당으로 각인됐습니다. 앞으로는 필요할 때는 싸우지만 대안을 가진 수권정당이라는 점도 보여줘야 합니다.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협력하지만 민주주의 후퇴에는 확실히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_새로운 진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고 하던데요.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노선을 분명히 하자는 것입니다. 당의 기반인 중도개혁주의를 바탕으로 보다 선명한 슬로건을 찾자는 겁니다. 야당으로서 분명한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_협상 파트너였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중재 역할을 한 김형오 국회의장을 평가하신다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하수인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청와대 압력에 굴복한 셈이 됐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여당에 진작 말했으면 문제 해결이 더 빨랐을 것입니다. 박근혜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끝난 뒤에 할 게 아니라 일찍 말했어야 합니다."

_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옵니다.

"두 분이 출마 의사를 전혀 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가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_두 분의 출마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웃음)"그럴 이유가 없어요."

_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에 전할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야지, 안 되는 일을 밀어붙이면 국민도 피곤하고 자신들도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이 추진한 4대 개혁법안의 결과를 복기해봅시다. 신문법과 과거사법은 합의 처리했고, 사학법은 강행처리, 국가보안법은 상정조차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은 이보다 몇 배에 달하는 법들을 가지고 와서 강행처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습니까. 앞으로 있을 개각도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사람만 발탁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폭 넓은 인사를 하시길 바랍니다."

■ 미소 찾은 'Mr 스마일' "싸울땐 싸울것" 결기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법안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7일 국회 대표실에서 만났다.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국회 대치국면에서 잔뜩 굳었던 얼굴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다운 특유의 미소가 가득했다. 여야 협상결과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70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80점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밑진 게 아니냐"고 엄살을 피웠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후퇴에는 확실히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이라는 말을 했다. 행여 느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의 톤은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여전히 완강했다.

정리=김회경 기자

사진=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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