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환보유액이 가까스로 2,000억달러선을 지켜냈다.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되면서 앞으로는 소폭 증가세가 점쳐지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동향을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한국은행은 5일 지난해 1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012억2,000만달러로 11월보다 7억2,000만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 만의 첫 증가세로 유로화 등의 강세로 이들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덕이 컸다.
이로써 2,622억달러에서 시작한 2008년 외환보유액은 한 해 동안 600억달러 이상 줄었다. 대부분이 외환당국의 환율방어 개입과 외화유동성 공급에 쓰였는데 특히 환율 변동과 달러난이 심했던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74억, 117억 달러씩 급감하기도 했다.
외환당국과 전문가들은 올 해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급감세에서 벗어나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보유액의 주요 공급요인인 경상수지가 작년 한 해 계속된 적자기조에서 벗어나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올 해도 계속될 전망인 것이 첫번째 이유다.
여기에 한은과 정부가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던 550억달러 중 70%에 이르는 377억달러를 푼 영향으로 긴박한 달러 수요가 많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나머지 공급분은 200억달러 가량이 남은 한ㆍ미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 보유액을 쓰지 않아도 된다.
남은 최대변수는 국제 금융불안의 향배다. 외국인들이 주식과 채권 투자금을 또다시 대거 빼내갈 경우 보유액 2,000억달러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자본수지는 121억4,000만달러 순유출을 보이면서 같은 달 경상수지 흑자(20억6,000만달러)의 6배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안의 정도는 작년보다 덜해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한때 40%를 넘던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진 만큼, 주가가 8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큰 충격만 없다면 보유액은 소폭 증가세가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