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은 싸움을 못 해. 술도 못 마시지. 잘 하는 건 오직 하나, 죽는 것 뿐이야"라는 영화 중 대사처럼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의 대량 학살을 그린 영화는 많았다. 그러나 '디파이언스'는 처참한 도살과 살인의 욕구로 인간성을 회의하게 하는 영화가 아니다. 인간 본성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저항의 영화다.
'디파이언스'는 독일군의 학살을 피해 벨로루시의 깊은 숲에서 전투와 생존을 병행한 비엘스키 유격대, 그리고 냉철한 계산과 따뜻한 인정 사이를 오가는 인간적 영웅 투비아 비엘스키(다니엘 크레이그)를 묘사한다.
독일군에게 부모를 잃은 비엘스키 형제들의 복수와 생존의 발버둥이 전부는 아니다. "살아남는 것이 복수"라는 맏형 투비아와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며 러시아군에 합류하는 둘째 주스(리브 슈라이버)의 긴장을 보면서, 집 짓는 일이 급한데도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식인층을 보면서, 관객은 밑바닥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문하게 된다.
007의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았다고 액션물로 착각하지는 말 것. 다만 남자들의 생존방식이 매력적인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맏형 투비아와 둘째 주스는 거친 몸싸움도 벌이지만 죽음의 고비를 건너 재회했을 때는 진한 포옹으로 긴 말을 줄여버린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생존의 대서사극이자 남자의 영화다.
전율에 떨 사실인데 비엘스키 형제는 실존 인물이다. 종전 당시 1,200명의 피난민으로 구성된 비엘스키 유격대는 학교, 탁아소 등을 갖춘 공동체였다. 셋째 아사엘(제이미 벨)을 잃고 살아남은 투비아와 주스는 뉴욕으로 이민 가 운전기사로 살았고 1987년 투비아 사망 후 소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8일 개봉, 15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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