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유비쿼터스 미래 도시(U-시티)의 새 모델로 주목 받아온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초입. 경부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시가지로 들어서자 초대형 전광판인 미디어보드와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풍부한 녹지 공간과 산뜻한 아파트 숲이 조화를 이뤄 친환경, 첨단 미래 신도시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껏 기대를 하고 무선 노트북을 연결했으나 신호가 잡히지 않았고, 교통상황 정보판도 점멸식 구식으로 작동이 되지 않은 것도 보였다.
동탄신도시 중심 상업지구에 위치한 T공인 관계자는 "U-시티 기반 조성에 세금 450억원이 들어갔다는데 주민이 누리는 혜택은 전혀 없다"며 "최첨단 도시라는 얘길 듣고 찾아 온 손님에게는 할 말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U-시티 사업이 제1호 도시인 동탄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지만 서비스 대부분이 기존 도시의 재탕이고, 서비스도 수요자(입주민)가 아닌 공급자(관공서) 중심이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U-시티 기반시설을 조성한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동탄에는 CCTV 카메라 230여대와 교통신호제어기, 환경오염측정기, 상수도 누수 관리용 유량ㆍ압력계 등의 장비와 센서들이 지난해 8월 설치 완료됐다.
하지만 수 개월이 지나도록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하나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버스승강장의 도착시각 표시, 동탄포털 사이트를 통한 주요 도로 실시간 CCTV 화면 제공이 거의 전부다. 이마저도 다른 지자체나 기관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식으로 정보량도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동탄에 사는 김도훈(37)씨는 "경기 탓도 있지만 5억원에 거래되던 32평형 아파트가 3억6,000만원에도 안 팔린다"면서 "동탄하면 U-시티를 떠올리는데 그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집값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동탄에는 전체 4만여 가구 중 현재 3만여 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다.
도시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공공정보상황실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자리를 지키는 직원은 한명도 없었고, 대형 상황판과 수 십대의 컴퓨터는 전원이 꺼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화성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면 정상 작동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지난해 9월 토공으로부터 U-시티 관련 시설물 일체에 대한 관리권을 넘겨 받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본격적인 U-시티 서비스는 고사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연간 3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놓고 화성시와 토공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공은 "첨단 시설의 수혜자가 동탄 시민인 만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는 낮은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토공이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유비쿼터스 기반시설 전문업체 관계자는 "U-시티 설비가 관공서 편의에 맞춰 설계된 데다 그마저도 예산 절감을 위해 중국산 저가 장비를 사용해 작동이 안 된다"며 "운영비를 지불할 주체가 불분명해 장기간 파행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U-시티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용인 흥덕 등 전국 40여 지역에서 U-시티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U-시티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U-시티 월드 포럼' 구성도 추진 중에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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