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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문의 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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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문의 해에 부쳐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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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춥고 맑았던 지난해의 마지막 밤, 하늘에는 눈썹같이 고운 초승달 왼편에 눈부신 금성이 바짝 붙어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유난히 시끄럽고 고달팠던 한 해를 넘기는 스산한 마음에 그것은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다시 새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천문의 해이기도 하다.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딛은 지 40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80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들여다 본 지 400년이 되는 해다. 천문의 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연중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중에는 국제암천협회(IDA, International Dark-Sky Aassociation)가 펼치는 어두운 밤 하늘 지키기 운동도 있다. 이 단체는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이라고 보고, 별빛을 흐리는 인공 조명의 빛공해를 줄이자는 운동을 해 왔다.

빛공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천문학자들이다. 도시의 불빛 때문에 별이 잘 안 보이니 천문대들은 점점 더 멀리 인적 없는 외딴 곳으로 이동한다.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발견한 곳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윌슨산 천문대는 인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날아오는 빛 때문에 1985년 문을 닫았다.

빛공해를 걱정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한가한 고민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빛공해가 생태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사람의 몸에도 해롭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짐에 따라 이 문제는 점차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불필요한 인공조명을 줄이는 것은 에너지 낭비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에서 빛공해방지법을 처음 제정한 나라는 2002년 체코다. 슬로베니아는 2007년부터 빛공해방지법에 따라 하늘로 뻗치는 조명을 전면 금지하고, 공공 장소의 야간 조명은 기준을 정해서 규제하고, 가로등에는 모두 갓을 씌우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애리조나, 텍사스, 콜로라도 등 6개 주와 덴버, 애틀랜타 등 많은 도시가 빛공해방지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딱 한 군데, 비록 상징적인 선언일 뿐이지만 별빛보호지구가 있다. 강원도 횡성군은 1999년 천문과학관 '천문인마을'이 있는 강림면 월현리 일대를 '별빛보호지구'로 선포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지니고 있어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즐겨 찾는 이 곳도 요즘은 인근 스키장의 야간 조명 때문에 북동쪽 하늘은 희뿌윰하다. 칠흑같은 밤은 갈수록 희귀자원이 되어간다.

겨울은 그나마 별 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밝게 빛나는 일등성이 많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인공 조명이 홍수를 이룬 곳만 아니면 생각보다 꽤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겨울 밤하늘을 대표하는 오리온 자리는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에 나란히 박힌 삼태성 덕분에 누구나 금방 찾을 수 있다. 삼태성을 가로질러 위로 가면 오리온의 오른쪽 어깨에 붉은 별 베텔게우스가 있다. 베텔게우스를 중심에 두고 여섯 개의 별, 시리우스, 프로키온, 폴룩스, 카펠라, 안타레스, 리겔이 떠 있다. 이 육각형이 겨울 밤하늘의 큼직한 다이아몬드다.

우주에는 1000억개가 넘는 은하가 있고 각 은하는 저마다 1000억개의 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별들이 매일 밤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불을 끄고 별을 켜자. 밤 하늘의 작은 불꽃들이 마음에 옮겨 붙어 기운을 북돋아줄 것이다. 다들 힘들 거라고 예상하는 올 한 해, 별빛으로 에너지 샤워를 하고 싶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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