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마지않는 자식이건만, 방학이면 사랑보다는 전쟁을 하게 된다. 아이는 종일 놀아달라고 떼쓰고, 1박2일 보는 소리 컴퓨터게임 하는 소리로 귀를 괴롭히고, 툭하면 찡찡댄다. 아이가 조용할 때는 잘 때와 책 볼 때뿐. 하여 하루에 여남은 번씩 "책 읽어!"를 빽 소리지르게 된다. 나는 열 살이 넘어서야 교과서가 아닌 책을 처음 봤다. 유치원생이 동화책을 이해할 수 있는지 재미를 느끼는지 전혀 모르면서 무조건 읽으라고 강요하는 거다. 하여간 아이가 마지못해 책을 잡으니 조용하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강요하여 책읽기를 시키는 게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다.
한국 대중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실린 훌륭한 글들을, 글이 아니라 시험문제 출제용 예문으로 배운 나머지, 아주 학을 떼서, 글이란 원래 그 따위로 어렵고 재미없고 짜증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어릴 때 강요받은 책읽기의 경험이 끔찍해서, 부모가 더 이상 책읽기를 강요하지 않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교과서 이외의 책을 고문의 도구로 여기고 철저히 멀리할지도 모르는 거다. 그러나 어쩌랴, 당장이 급한 걸. 아이가 책을 읽어야, 내가 편하고 집안이 조용하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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