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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 60대, 93세 부친과 술마시며 다투다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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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 60대, 93세 부친과 술마시며 다투다 살해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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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60대가 입원을 앞두고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더 이상 부양하기 힘들다며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자살을 기도한 일이 경북 포항에서 일어났다.

포항남부경찰서는 5일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93)를 목졸라 숨지게 한 김모(64ㆍ경북 포항시 남구)씨를 존속살인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석 달 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김씨는 입원을 결심하고 3일 오후 5시30분께 자신의 집에서 부친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을 끝에 목졸라 숨지게 했다.

이어 김씨는 자신도 집안 천장에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김씨는 부친을 숨지게 한 뒤 30대 아들에게 연락했고, 자신은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튿날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김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아버지가 '아픈 놈이 무슨 술을 쳐먹느냐. 네가 입원하면 내가 어떻게 밥을 해 먹느냐. 나를 죽이고 가라'며 멱살을 잡는 바람에 갑자기 일을 저질렀다"고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김씨는 "솔직히 이대로 가면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를 정도였는데 아버지를 따라 죽지 못한 것이 더 큰 불효가 됐다"고 고개를 떨궜다.

김씨는 20여년 전 이혼한 뒤 재혼하지 않고 어업에 종사하며 아들과 함께 3대가 별 문제없이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정은 딱하지만 아버지를 살해한 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쯤 김씨에 대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포항=이정훈 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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