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남편의 뜻에 따라 토지를 기부합니다. 도립 공원 조성과 도 재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남편의 유언에 따라 80대 할머니가 12억원 상당의 토지를 경기도에 내놓았다. 주인공은 엄순녀(82ㆍ서울 서초구 우면동ㆍ사진) 할머니. 그는 구랍 18일 경기도에 자신 명의의 경기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 도립공원 내 토지 6필지 6, 770㎡(시가 12억원 상당)를 기부했다. 이날 기부 서명식은 기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엄씨의 요구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다.
“1992년 먼저 간 남편이 기업활동으로 모은 재산은 일정 규모를 넘으면 개인 재산이 아니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엄 할머니가 기부한 토지는 남한산성 도립공원 부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밭 5필지와 도로 1필지. 때문에 공원 조성을 위해 공원 내 사유지 매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기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도 관계자는 전했다.
엄 할머니의 남편 고(故) 김모(사망 당시 71세)씨는 함남 원산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월남, 화학제품 생산업체 등을 창업해 큰 재산을 모았다. 그는 남편이 사망한 뒤 역시 유언에 따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토기전문 박물관을 운영하다 2004년 청동기시대~조선시대 토기 등 문화재 1,51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공원 3,645㏊ 중 사유지가 전체의 76%에 달해 관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이 많아 도가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기부받은 토지는 도립공원 보존과 발전에 유용하게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엄씨가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구랍 30일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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