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 지도 1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2일, 대통령께서 신년 국정 연설을 통해 내세운 지표는 달리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 염려스러운 것은 실직자나 영세민의 생계를 일용 노동자로 채용하여 돕는 것으로는 올 봄의 노동 대란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언젠가 신문을 보니까 은행장 연봉이 4억에서 8억원 사이라고 하더군요. 스톡옵션까지 합치면 300억원이 넘는 분들도 있다대요. 그래서 지난해 11월에 30%를 깍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천문학적 액수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를 움직이는 다른 분야의 장들도 비슷하겠지요. 전문가들이라서 그렇다지만, 전 40여 년 간 교단에 서왔고, 교수 최고 호봉인데도 7,000만원 안팎입니다.
그렇다고 교육계 봉급을 올려달라는 게 아닙니다. 수십억대 연봉을 받는 분들의 것을 조금씩 더 깎아서 '졸자'들을 내몰지 않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분들이라고 하루 네 끼를 잡숫지 않을 테니 먹고 사는 비용은 큰 차이가 없을 게고, 조금이라도 더 깎아서 해고자를 줄여야 오는 봄 노동 대란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그랬다가는 쓸 만한 인재가 다 빠져나가 조직이 위태로워진다는 반론이 나오겠지요. 그러면서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은 능력차를 무시한 데 원인이 있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수십 억씩 받는 사람들의 능력은 2~3,000만원짜리 졸자가 밤 새워 계획서를 작성하고,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리며 뛰어다닌 결과이며, '장'과 '졸자'가 화합할 때만이 기적이 일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자유 경제체제에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구요? 맞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국영 기업체부터 시범을 보이고, 사기업은 지난해에 기업 총수들에게 나눠준 휴대폰으로 국민을 함께 살리자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자구 노력'이라는 조건을 붙여 임직원과 평직원의 임금비, 해고율과 신규 채용률을 기준 삼아 지원순위를 결정한다면 국민을 살리자는 데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장이나 임직원이 되는 게 호의호식과 승용차와 운전사와 비서와 업무 추진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라는 쪽으로 국가 체질도 바뀔 겁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단지 해고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국민들의 무의식을 다스리지 않으면 올 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장이 자기 봉급을 깎고 눈물을 흘리면서 해고나 휴직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호소해야만 쫓겨나는 사람들이 저희들만 잘 먹고 살려고 나를 쫓아낸다는 무의식을 다독거리고, 작업장 점거 사태를 줄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쫓겨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점거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제때 수출을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여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도 옳은 정책마저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딱지 때문입니다. 자를 자의 수를 결정하는 사람의 봉급 깎아 해고자 수를 줄일 때 역사가 길이 기억하는 대통령이 되실 테니 부디 참작하시옵길 비옵니다.
정치도 경제도 모르는 시인이 잘못 말씀 드리는 게 아닌가 두렵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저와 비슷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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