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지도부가 핵심 쟁점법안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접근시킨 이른바 '잠정합의안'에 대해 여야 내부에서 각각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는 "다 양보하자는 것이냐"는 등 일부 양보안에 대한 반발의 강도가 매우 거세다. 여야 내부의 강경론이 막판 협상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타협안에 대한 여권 내부의 반대 기류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2일 오후 여야의 원내대표 회담 직전에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타협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 모두가 반대했다. 잠정합의안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전원의 의견이었다"고 심각하게 전했다. 한 최고위원은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등을 양보하는 방안에 대해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친이명박계 주류 의원들의 불만 기류는 한층 더 강하다. "이건 아예 백기를 들고 투항하자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2월 중 협의처리하고, 방송법 등 언론관련법을 2월 중 상정 및 합의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양보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 등도 이번 임시국회 기간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원내지도부의 타협안에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3시간 30분동안 열린 의원총회 비공개 난상토론에서도 강경론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석 의원 등은 "김형오 국회의장은 불법점거 사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85개 법안 모두를 조속 처리하자"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22명도 성명을 내고 "경제살리기 법안 및 사회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내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여야 원내대표단의 의견이 접근된 안을 놓고 논의했으나 사실상 수용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정세균 대표가 직접 "우리가 한나라당이 내놓은 법안 중 상당수를 문제 법안으로 분류했는데 방송법만이 쟁점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며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이 이날 "가합의안이라는 것은 없으며 일부 의견 접근만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특히 '민주연대' 소속 의원 등 강경파는 한미 FTA 비준안 2월 중 협의 처리 방안에 대해 "비준 시한을 못박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여야 내부의 강경 기류는 협상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대화를 계속 하겠지만 여야의 근본적 이견에다 내부 강경론까지 덧씌워져 타협점을 찾기가 한층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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