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속의 월급쟁이들, 새해 소망을 묻자 한결같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단 직장에서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아야,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고, 자식 과외비를 댈 수 있다. 희망? 꿈? 그런 낭만적인 소리를 할 처지가 아니다. 오로지 퇴출당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내일이 두려운 월급쟁이들과 하루하루가 버거운 서민들은, 헤세가 <황야의 이리> 라는 소설에 쓴 바처럼, '가장 위대한 일을 행하라는 소명을 받았으나 이를 저지당한 비극적인 사람들과,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으나 불행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꿈꿨던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아닌데, 그 밥벌이 일마저 칼날 위에 선 듯 간당간당하다니! 헤세는 그 비극적인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의 '탁월한 발명품'이 '유머'라고 썼다. 황야의>
유머(익살스러운 농담이나 해학)는 '세상을 부정하면서도 세상을 사는 것', '소유하지 않는 듯이 소유하는 것' 등, 모든 '고귀한 삶의 지혜들을 실현시켜 주는' 유일한 것이란다.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지 솔깃하다. 사실 월급쟁이와 서민들에게 가장 큰 친구가 유머라는 건 상식이다. 농담도 해가면서 스트레스를 풀며 살아야지, 늘 진지하거나 늘 우울해서는 견디기 어려운 일상인 거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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