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면충돌 위험에서 벗어나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을 풀어 이에 부분 호응했다. 김 의장 주선으로 원내대표 회담도 재개됐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살려 조속한 법안 심의ㆍ처리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여야가 몇 가지 분명한 자세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과 쟁점법안 소관 상임위 회의실에 대한 점거농성을 즉각 풀어야 한다. 본회의장 정상화는 김 의장이 '직권상정 없음'을 약속하면 즉각 실현하겠다고 정세균 대표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서 새삼스러운 논란이 불필요하다.
그런 최소한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면 정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정 대표가 한나라당의 태도를 확인한 후 본회의장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뒷걸음질치는 모습은 어색하다.
3개 상임위 회의실에 대한 점거농성도 풀어야 완전한 국회 정상화를 말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왔다면 단순히 무기를 내려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갑옷과 투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국회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의 합의처리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세출 관련 법안'과 이른바 '헌재 일몰법안' 등 형식적 개정 절차만 남긴 법안이라도 조속히 여당과 합의해 정상 처리해 마땅하다. 그러려면 상임위 회의실부터 열어야 할 것 아닌가.
법안 강행처리를 '몸으로' 막았다는 데 민주당이 잠시 도취할 수 있다. 소수가 뭉쳐 다수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당내 결집력과 함께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구심력도 커진 셈이다. 과거 같으면 이것만으로도 점거농성을 계속할 만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싸움판을 벌이지 않고서는 당내 구심력도 지도력도 확보할 수 없는 과거형 정당의 모습을 널리 각인시키진 않았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지금부터는 국회가 좀 산뜻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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