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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1> '한국인의 행복'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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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사는 법] <1> '한국인의 행복' 여론조사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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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2월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련된 17개 문항의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의 행복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라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공인된 행복 수준 측정 척도인 생활만족도와 주관적 안녕감을 통해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을 들여다보았다는 점과,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중요한 관련 변인들을 거의 모두 다 망라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독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사용된 행복 측정 문항 4개의 점수를 합쳐서 자신의 행복 정도를 지금 즉시 확인해볼 수 있다. (행복 측정문항 표 참조)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행복 수준은 14.37로 나타났다. 본인의 점수가 14점 정도라면 평균 정도의 행복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10점이나 그 이하면 하위 10%로 상당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수준이고, 17점 이상이면 상위 80% 수준, 19점 이상이면 상위 90% 수준으로 대단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어떠한 요인들이 우리의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구통계학적인 변인과 여러 심리적, 행동적 변인을 모두 포함시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령, 성별,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종교 유무 등은 행복 수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의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들과 일치한다.

반면 행복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 평균은 16.6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거의 없는 사람들의 행복지수(8.9) 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하는 마음이 적은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이든 500만원 이상이든 아주 낮았으나(8.0 ~ 10.3) 감사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높은 것으로(15.7~17.1) 조사됐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감사하기가 행복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대단히 뜻 깊은 일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최신 학문 분야인 긍정심리학은 행복의 요건으로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성취감이나 자존감, 쾌락, 만족감보다 훨씬 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감사와 행복의 관계가 서구 문화만의 특징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 문화에는 감사하기가 그다지 일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감사하기와 행복의 관계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 넘는 보다 근본적인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제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필자는 행복 특집 기사 연재를 통해 긍정심리학에서 개발된 감사하기의 다양한 훈련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감사하기 훈련을 3주 정도만 실시하면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효과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감사하는 마음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다는 주관적 느낌, 스스로의 능력을 신뢰하는 유능감, 역경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탄력성), 스스로의 삶을 주관적으로 살아가는 느낌 (자율성), 가계 소득수준, 친한 친구가 많음, 즐겁고 환한 표정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정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몰입의 정도, 규칙적 운동 등. 그러나 낙관주의적 성격이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교성은 행복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김주환교수

■ 나는 유능한가/ "보통" 53% "그렇다" 28%

행복 수준과 관련된 13개 설문 가운데 기준 점수(5점 만점)로 살펴볼 때 긍정적 답변이 가장 높은 항목은 인간 관계를 평가하는 '관계성'(4.00점)이었고 가장 낮은 항목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능성'(3.14점)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유능하다고 느낀다'는 설문에 '보통이다'라는 대답은 53.6%로 가장 많았다. 반면 '그렇다'는 28.3%, '그렇지 않다'는 17.7%였다. 연령ㆍ직업ㆍ소득별로 보면 '그렇다'는 긍정적 답변은 30대(40.4%) 화이트칼라(43.5%) 월소득 401만~500만원(50.5%)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60세 이상(16.7%) 농ㆍ임ㆍ어업 종사자(9.5%) 월소득 100만원 이하(19%)에서 긍정적 답변이 적었다.

관계성을 측정하는 '나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무려 73.1%나 됐다. 반면 '보통이다'는 대답은 22.9%였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긍정적 답변은 20대, 학생, 대구ㆍ경북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40대, 농ㆍ임ㆍ어업, 호남권에서 적은 편이었다. '나에게는 친한 친구가 많다'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대답이 46.7%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다'는 38.3%, '그렇지 않다'는 15.0%로 나타났다. 20대, 학생, 고소득층에서 긍정적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60대 이상, 무직, 저소득층에선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회복 탄력성을 측정하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 생겨도 나는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67%, '보통이다'는 23.8%, '그렇지 않다'는 8.9%로 나타났다. 긍정적 답변은 40대, 화이트칼라, 충청권에서 많은 편이었고, 60대 이상, 무직, 대구ㆍ경북에서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회경 기자

■ 나는 행복한가/ "삶에만족" 57% "낙관적" 55%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감사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 중 각각 65%에 이르렀다.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20.6%, '그런 편이다'고 대답한 사람은 44.4%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편이다'(8.4%)와 '전혀 그렇지 않다'(1.4%)를 합친 부정적 답변은 9.8%에 불과했다. '보통이다'는 25.2%였다.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월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하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란 설문에도 긍정적 답변이 65.1%였으나 부정적 답변은 5.9%에 그쳤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많다'는 설문에는 6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25.4%, '그런 편이다'는 39.6%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그렇지 않은 편'(6.8%) '전혀 그렇지 않다'(1.3%)를 합쳐 8.1%에 그쳤다. '보통이다'는 26.8%였다. 감사할 일이 많다는 응답은 개신교(79.6%)와 가톨릭(72.7%) 신자들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서울(72.6%) 인천ㆍ경기(71.7%) 화이트칼라 직업(69.5%)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는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그렇다'는 답변이 57.3%였으나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여러 조건은 훌륭한 편이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모두 35.5%였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17.6%였다.

'나의 성격이 낙관적이다'는 설문에는 절반이 넘는 55.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29%, '그렇지 않다'는 15.5%로 조사됐다.

김광덕 기자

■ 1년전과 비교하면…"경제심각" 76% "더불행" 13%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8명 가량이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서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상 생활 속에서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고 계십니까'란 질문에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은 30.4%, '어느 정도 심각하게 느낀다'는 답변은 45.7%에 이르렀다.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이 76.1%나 된다는 뜻이다.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다'(19.5%) '전혀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다'(3.1%)를 합친 비율은 22.6%에 불과했다. 모름ㆍ무응답은 1.3%였다. 그만큼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가 우리 국민들 삶 속으로 깊이 침투했다는 의미다.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은 자영업자(82.3%) 호남권(82.7%) 월 소득 100만원 이하(81%)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1년 전과 비교하여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절반 가량인 50.7%가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35.5%로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13.6%)보다 22% 포인트 가량 더 많았다. 더 행복하다는 답변 중에는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0.9%, 약간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24.6%였다. 불행하다는 답변 중에는 훨씬 더 불행이 3%, 약간 더 불행이 10.6%였고, 모름ㆍ무응답은 0.2%였다.

'더 행복하다'는 답변은 30대(46.5%) 호남권(46.2%) 월소득 501만원 이상(42.5%)에서 높게 나타났다. '더 불행하다'는 대답은 월소득 100만원 이하(24.1%)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두 답변의 상관성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매우 어렵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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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학 총론

행복에는 두 가지 기본 요건이 있다. 첫째 요건은 다른 사람들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다. 모든 쾌락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해도, 혼자 있는 한 행복해지기란 불가능하다. 톨스토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행복에 이르는 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봉사 활동에 푹 빠져서 지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에 거의 중독되었다고까지 말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도움을 받게 될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감사해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공동체 생활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진화돼 왔다.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고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이타적이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이기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이 곧 나를 위하는 길이다. 이것은 도덕이나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의 뇌과학이 발견한 과학적 사실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행복을 나눠줄 때,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지만, 나도 행복해진다. 행복은 절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진심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행복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곧 이 사회의 진정한 리더다. 참된 리더십은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의 신념이나 이념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19세기식 정치지도자다. 행복을 나눠줄 수 있어야 21세기의 리더다. 이제는 국민총생산량이 아니라 국민행복지수가 한 나라의 진정한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시대다.

행복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행복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공동체의 문제다. 행복이나 불행감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가까이 생활하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 중에 한 사람이 불행해지면 그 불행한 감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곧 전염된다. 나의 불행감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의무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 추구는 개인적 권리이자 동시에 공동체적 의무다.

행복의 또 다른 요건은 자아의 성장이다. 자아 실현을 통해서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오늘 보다는 내일의 나의 모습이 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라도 있어야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지위든, 사업이든, 학교 성적이든, 아니면 취미생활이든 어제보다 더 성장한 나의 모습을 느낄 때 우리는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은 성공에 이르는 수단

행복은 목적이자 동시에 수단이다. 긍정심리학자인 바바라 프레드릭슨의 확장과 수립이론에 따르면 행복감은 우리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준다. 지능에는 감정통제 능력까지 포함된다. 똑똑하고 머리 좋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그냥 머리가 좋은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감정조절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닥치면 긍정적 감정을 스스로 불러일으켜 신나고도 재미있게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행복한 사람일수록 성취동기가 높고, 주어진 일에 몰입도 잘하고,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고, 따라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감은 성공이 가져오는 열매라기 보다는, 성공에 이르는 수단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성공하지 못해서 불행감을 느끼는가? 오히려 당신의 불행감이 당신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근본 원인일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들 모두 행복 증진을 통해 원하시는 모든 것들을 다 잘 이루시기를 기원해 본다.

■ "어려운 일 있어도 행복 느낄 수 있다" 서은국 연세대 교수

1984년 심리학계에 작은 반란을 일으키게 될 논문 한 편이 출판되었다.

일리노이대학의 에드 디너(Diener) 교수가 안식년 동안 쓴 '주관적 안녕감' (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이 붙은 논문이었다. 요지는 간단했지만, 그 당시 심리학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정면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그 때까지 심리학은 불행과 행복을 특별히 구분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불행이 감소되면 자동적으로 행복감은 올라간다는 식의 직관적인 믿음이 대세였다. 하지만 디너 교수의 논문을 계기로 이 오래된 심리학의 믿음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하였다.

디너 교수의 연구는 행복과 불행은 본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기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불행은 냉수조절기에 의해, 행복은 온수 조절기에 의해 각각 따로 조절되는 경험인 것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찬물을 잠그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당연히 온수 조절기를 돌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불행 연구에 전념해왔던 심리학은 이것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급한 마음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심리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는 3,4년 전부터 행복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복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언제 왜 행복감을 느끼는가에 대한 초기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다. 또 최근에는 행복 연구를 뇌, 문화와 같은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행복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우리는 행복에 대해 꽤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결정적인 오해들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물로 묘사를 한다면 행복은 모두에게 친근감을 주면서도 결코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의 행복 특집 기사들이 행복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오해들을 찾아내고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칠 때" 김은주 연세대 교수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의 행복을 바란다. 좋은 학벌을 갖춰 주기 위해 온 가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사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다. 아이에게는 무조건 참고 공부할 것을 강요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최근 교육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우선 행복해져야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이나 확장과 수립이론의 바바라 프레드릭슨 등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는 호기심과 창의성을 유발시키고, 아이의 능력을 발달시켜준다. 능력의 발달은 연쇄적 상승을 일으켜 더욱 큰 긍정적 정서를 유발한다. 이러한 순환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행복해지고, 동기유발이 잘 되며,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사교육이 판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단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까지 말살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잡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극성스러운 엄마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과도한 선행학습이 학습력 향상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뇌과학은 분명히 보여준다.

강요된 선행 학습은 아이의 뇌에 지나친 부하를 줌으로써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발육을 저해하며,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뇌 발달마저 어렵게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강요된 선행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수재'들이 고학년으로 가면서 스러져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극성 엄마들은 '한번 뒤쳐지면 끝'이라는 헛된 믿음보다는 '초반에 무리하면 먼저 지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일보의 행복 특집 기사를 통해 아이들의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행복해져야만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김주환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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