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기침과 피부자극, 메스꺼움, 구토, 어깨통증, 눈의 충혈 등의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겨울철 과도한 난방과 건조한 실내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추위로 문을 꽁꽁 닫고 사무실이나 집안에서 지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런 빌딩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 시내 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의 75%가 '두통이나 건조증 등 이상 증세를 느끼고 있다'고 답할 정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건물 34%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HCHO)와 이산화탄소가 초과 검출되는 등 실내 공기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공기 오염으로 매년 30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실내 공기 오염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 건물 내 산소 부족ㆍ화학물질이 원인
건물 안에는 수많은 오염물질이 있다. 난방장치의 곰팡이, 바닥용 깔개와 카펫, 복사기 등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라는 휘발성 오염물질, 단열재와 바닥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석면, 라돈가스 등 갖가지 화학물질과 전자파 등이 사무실 근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밀폐된 건물에서 오염된 공기가 많아지면 산소도 부족해진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을 하면 눈과 코, 목 등의 점막이 쉽게 메마르게 된다. 빌딩증후군은 사무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지하철, 자동차 안 등에서 하루의 80% 이상 지내면 모두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이나 젊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빌딩증후군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 실내 온도 18~20도, 습도 40~60%, 환기 2~3시간마다
환경적인 문제로 인한 빌딩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채광이나 온도, 습도 등의 근무 환경을 환기나 공기정화를 통해 자연환경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 좋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겨울철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크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항상 실내온도를 18~20도로 설정해 다소 서늘한 듯한 느낌을 들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내ㆍ외의 적당한 온도차는 5도 정도며, 신생아의 경우 3도 정도로,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실내온도를 더 높일 필요는 없다.
겨울철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 지나치게 건조하면 콧속의 점막이 건조해져 쉽게 코피가 날 수 있으며 감기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가족 중 집먼지진드기 등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환자가 있다면 습도가 50%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기 환자가 있으면 습도를 조금 낮게 유지한다. 건조하면 기침이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습도가 너무 높아도 세균과 집먼지진드기 등이 많아져 기관지 등 호흡기를 더 민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이나 집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혀 뿌옇게 된다고 해서 실내습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실내 습도가 높으면 유리창에 김이 서릴 수도 있지만 실내 온도차가 클 때에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으로 습도를 판단하면 안 된다. 습도계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실내 습도 측정법이다.
겨울철 실내 환경에 가장 중요한 환기는 2~3시간마다 하는 것이 좋다. 맞바람이 치는 두 개의 창문을 함께 열어두면 효과적이다. 오염된 공기가 바닥에 깔려 있는 시간을 피해 오전 10시 이후, 늦어도 오후 9시 이전에 하는 것이 좋다.
환기할 때는 가구의 문까지 모두 열어 젖힌다. 특히 붙박이장의 경우 오염물질이 많이 나오므로 문과 서랍까지 모두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운 날보다 따뜻한 날 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날은 건물 안팎의 온도차가 적어 거의 환기가 되지 않으므로 더 자주해야 한다.
한편, 실내에서 컴퓨터 작업이나 독서처럼 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눈 깜박임이 줄어 눈물 분비가 원활하지 않다. 건조한 실내에서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50분마다 10분씩 눈을 지그시 감고 휴식하도록 한다.
■ 녹색 식물 키우면 효과
녹색식물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녹색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배출하므로 10평당 2개 정도의 식물을 배치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을 볼 때 뇌파를 측정하면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부위에서 델타파가 감소하고, 알파파가 증가한다. 알파파는 뇌가 활성화할 때 나타나는 뇌파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학습능력과 창조능력을 증진한다.
또한 곰팡이나 박테리아와 같은 세균 제거 효과도 있다. 실내 식물에서 피톤치드 효과를 좀 더 보려면 '피톤치드 휘산 스프레이'나 피톤치드를 내뿜는 공기청정기 제품을 이용하면 좋다. 편백나무에서 추출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거와 항균ㆍ항생 효과도 뛰어나다.
사무실이나 거실은 TV나 오디오 등 전자제품이 많고 먼지가 많이 날린다. 따라서 휘발성 유해물질과 전자파 제거 능력이 우수하면서 햇빛을 적게 받아도 잘 자라는 식물이 좋다.
아레카야자, 행운목, 인도 고무나무, 파키라, 안스륨, 디펜파키아, 드라세나, 산호수, 팔손이나무 등이 추천된다. 아레카야자는 포름알데히드나 자일렌 등과 같은 휘발성 유해물질 제거능력이 뛰어나면서도 빛이 적어도 잘 자란다.
농업진흥청 원예연구소의 연구결과, 밀폐된 공간에 야자류와 관음죽, 팔손이나무 등을 넣고 포름알데히드 2ppm을 처리한 결과 4~5시간 만에 30% 수준인 0.7ppm까지 떨어져 식물의 빌딩증후군 예방효과가 뛰어났다.
벤자민, 고무나무, 잉글리시 아이비, 골든 포토스 등은 형광등에서도 잘 자란다. 채광이 잘 되는 곳이라면 실내덩굴이나 국화, 진달래 등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침실에는 밤에 광합성을 하는 선인장과 호접란, 산세베리아 등과 같은 다육식물이 좋다. 어둡고 습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불쾌한 냄새가 나는 화장실에는 냄새를 잘 없애는 관음죽, 스파티필름, 테이블 야자, 네프로네피스 등이 좋다. 특히 관음죽은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공간에서도 잘 자라면서 암모니아가스 제거 능력이 뛰어나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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