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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쌓인 건설사 '분양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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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쌓인 건설사 '분양가 속앓이'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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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아파트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건설사 시름의 한 가운데에 분양가가 있다.

미분양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높은 분양가가 '건설사의 100% 책임'은 아니지만 세간의 따가운 시선 탓에 내색도 못하고 속만 앓고 있다.

먼저 재개발조합과 일반 분양자들 사이에 낀 건설사. 자산가치는 높이면서도 추가 부담금을 줄일 목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요구하는 재개발조합과 낮은 분양가가 유리한 일반분양자들 사이엔 선 경우다.

일반분양자들은 분양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중도금 납부거부는 물론,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건설사들은 진퇴양난이다.

재개발사업 진행에 필수적인 조합원들과 '원만한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일반분양자들의 원성을 피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서울 강남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00건설이 짓는 아파트 정도면 00건설보다 평당 150만원은 더 받아도 된다'며 고분양가를 고수하는 바람에 사업이 답보 상태이고, 또 다른 현장에서는 일반 분양자들이 중도금 납부 거부 움직임으로 분양가 인하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를 고려한 적도 있지만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조합 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없던 일로 됐다"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기존 분양자들과 최근 미분양을 취득한 신규 분양자들 사이에서도 건설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분양가를 깎아주면 미분양을 사겠다'는 수요까지 등장하면서 이 시름은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타개에 분양가 할인만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지만 기존 분양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올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를 재래시장 물건 가격 깎듯 흥정하려고 든다"며 "신규 계약자에게만 분양가를 깎아줄 경우 기존 계약자의 집단 민원 사유가 되기 때문에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고 요즘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김포의 W아파트가 유동성 마련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근 분양가를 할인하자 인근 우남건설에는 "분양가를 낮춰주면 사겠다"는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고, W아파트 측엔 전체 가구의 60%에 해당하는 기존 분양자들이 "분양가 인하를 소급적용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미분양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등 잇따른 문제에 대응하려니 어느 한 쪽 걸리지 않는 게 없다"며 "하루 빨리 경제가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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