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쟁점 법안 여야 협상 결과를 둘러싸고 만만치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참패'라는 자성론과 불만에서부터 원내지도부 책임론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먼저 친이명박계 주류 강경파 위주로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친이 성향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7일 모임을 가진 뒤 성명서를 내고 "이번 합의안은 불법과의 야합이고 떼법에 대한 굴복"이라며 "지도부의 자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사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사퇴 요구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함께 내일로 심재철 대표는 "국민통합포럼 위기관리포럼 등 당내 7개 다른 의원모임과도 의견을 교환해 소집을 요구해 둔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강력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인 차명진 대변인도 이날 "지도부는 무릎을 꿇었다. 항복문서에 서명했다"며 지도부를 비판하고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원내 지도부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한 셈이다. 청와대가 이날 "절반의 정상화란 표현이 맞다"는 이동관 대변인의 언급으로 협상 결과에 불만을 드러낸 것도 친이 주류의 인식과 같은 맥락이다.
비단 원내지도부 책임론뿐 아니라 172석 거대 여당이 법안 전쟁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무기력했다는 한탄도 무성하다. 한 친이 핵심 의원은 "지도부의 문제뿐 아니라 이번에 여당 전체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주류 핵심 중진 의원들이라는 사람들도 국회 사태를 뚫고 나가는 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친이 주류 의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인 것이다. 다른 초선 의원은 "정말 무참한 패배였다"며 "이대로라면 2월 임시국회에서 있을 2차 법안 전쟁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처럼 부글부글 끓지만 원내지도부 책임론의 불길이 확 붙을지 여부는 며칠 더 두고 봐야 하는 분위기다. 물론 강경론이 세를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지도부가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는 않다.
당장 박희태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원내 지도부 사퇴론에 부정적이다. 박 대표는 "어려운 길이 남았는데 지금 선장이 내리면 되겠나"라며 "지도부에서 의원들에 대한 설득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차 대변인의 사표도 즉각 반려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협상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전 추인했고, 협상 타결 후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추인까지 했는데 홍준표 원내대표에게만 책임 지라고 몰아 세울 수 있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날 "진퇴문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원내지도부로선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타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옹호론이 엄존하고,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도부 교체가 해결책은 아니다"는 기류가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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