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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그들끼리의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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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그들끼리의 난투극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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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벌이고 있는 여·야의 난투극은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CNN 등 외신을 통해 알려진 한국 국회의 싸움판은 국가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저하시켰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저하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리라 예상된다.

민주적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가 이렇듯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일까? 대통령과 각 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 당 내에서 소수의견이 무시되고 당론만이 존재하는 관행, 정파간 이해가 국민의 이해보다 더 존중되는 현실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국회의원 스스로에게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일반 국민에 비해 지식수준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태를 보면 그들은 민주정치의 기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듯하다.

실종된 선거구민 대표성

첫째, 선거구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스스로 권위 있는 정치기관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선거구민과 소통하면서 선거구민의 이해관계를 당론결정 과정이나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투입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알려, 자신의 견해가 선거구민의 이해와 상치되는 부분이 없는지 부단히 살펴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 선거구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혹은 자신들의 역할이 당론관철을 위한 단순한 하수인에 불과한 것인지 반성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들이 민주주의가 독재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소모적인 과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게 아닌지.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문화적 장치 없이 다수결에 의해서만 성립될 수 없다. 민주정치 과정에선 소수자의 의견이 무시되어선 안 된다.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는 단순한 다수결 처리보다 합의 또는 타협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일사불란한 다수결 정치가 얼마가 위험한 지 과거 파시스트나 현재 북한의 정치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특유의 '빨리 빨리' 사고방식이 자칫 다수결 만능주의로 전락될까 두렵다. 소수의견 존중과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정치의 양면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셋째,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가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위기극복이라는 국가목표에 대해 여·야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예산안을 비롯한 여러 법안 처리를 통해 국가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당파적 이해를 넘어서야 한다. 국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가운데 의원 상호간의 대화가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작금의 행태는 여·야간 상호불신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은 선거구민의 이해관계를 담보하기 위해서, 당론에 반하는 소위 '교차투표(cross voting)'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충성심은 당보다 선거구민을 향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공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정당의 이익만을 따라선 안 된다.

선거구민의 이해관계와 정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교차투표'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의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한 용기 있는 의원들이야 말로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소로 만들 수 있는 인적 자원이다.

교차투표로 당파 극복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쟁점법안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으며, 자신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왜 의사당 내에서 피를 흘리며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국내적으로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위상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정치 과정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행태를 교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이남영 한국정치학회 회장ㆍ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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