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수치를 재볼까요. 기계에 0이 뜨면 물고 부세요." "후~."
5일 서울 중구 보건소 내 금연클리닉. 기축년 새해를 맞아 모진 마음으로 금연을 결심한 장모(29)씨는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힘껏 불었다. 곧 이어 15라는 수치가 모니터에 떴다.
하루에 한 두 갑 이상 '줄담배'를 피는 '헤비 스모커'들이 평균 20 이상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담배 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가 몸 속 기관으로 운반되는 것을 막는다"는 금연상담사의 설명에 장씨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올해는 꼭'이라며 각오를 다지는데, 흡연자들에게는 바로 금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보건소 내 금연클리닉은 이맘때면 늘 북적거린다.
33년간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워 온 애연가 박주남(60)씨는 3년 전 건강을 위해 금연에 도전했다가 신경질, 짜증 등 금단증상이 심해 중도 포기했다. 그러나 세 살 배기 외손녀를 안기만 하면 "하부지 냄새~"하며 울어대는 통에 금연클리닉을 찾게 됐다.
"담뱃재가 떨어져 비싼 한복과 양복 많이 태워 먹었습니다. 요즘 금연빌딩도 많아지고 꽁초 버리면 벌금도 물게 되니 올해는 담배를 어떻게든 끊을 겁니다."
저마다 이유와 사정도 제 각각이지만 금연을 향한 다짐만은 한결같다. 이날 클리닉에 모인 신규 등록자 5,6명은 금연상담사의 금연 요법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나눠드린 니코틴 패치는 흡연 욕구를 줄이고 금단 증상을 막는 역할을 하니까 매일 신체에 붙이세요. 유산소운동을 할 때 나오는 엔돌핀 호르몬은 금연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하세요. 식후엔 담배 대신 양치질을 하시고 비타민C가 많은 과일도 금연에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 금연보조제, 운동, 행동요법의 '사위일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에 일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어 금연상담사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 모형을 꺼내 들었다. 실제 돼지 폐로 만든 흡연자의 폐 모형이 타르로 인해 까맣게 죽어버린 것을 본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허허, 내 폐도 저렇겠구만" "담배 피고 싶을 때마다 저거 떠올려야겠어."
지난 한해 동안 이곳 금연클리닉을 찾아 신규 등록한 사람은 모두 1,538명. 대부분 남성들이지만 여성흡연자 130명, 청소년 흡연자 89명도 흡연을 즐기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클리닉을 찾은 이유는 금연보조제 무료 지급을 비롯해 주1회씩 6주 간 상담, 6개월 간 문자서비스의 추후 관리 등 꾸준한 상담을 통해 흡연 욕구를 줄여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박수희 상담사는 "등록자의 40% 가량이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해마다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허시강(39)씨는 "담배를 사는 대신 매일 2,500원씩 저금해 1년 뒤 100만원이 넘는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으로 흡연 욕구를 달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금연 성공담도 흡연자들의 의욕을 더욱 끌어 올렸다. 이날 만난 이지영(57)씨는 클리닉을 통해 40년 동안 갇혀있던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씨는 "헛기침과 가래가 눈에 띄게 줄고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며 "술자리를 최대한 피하는 등 자기 의지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