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가 회장을 새로 뽑았다. 그 단체는 재정적으로 파산에 몰려 있었기에, 돈벌이의 귀재였던 새 회장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던 거다. 회장은 정말이지 소통이 불가능한 자였다. 그는 지독한 경험주의자여서, 자기가 겪은 바만 진리로 믿었고, 자기 말에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이는 회원만 신뢰했고, 학연 지연 종교연이 있거나 유유상종으로 놀았던 이들만 검증 없이 사랑했다. 평회원들의 의견과 충고는 묵살했고, 항의는 폭력으로 진압해버렸다.
완전 '유아독존' 성격에 폭력 애호가였던 거다. 힘없이 그런 성격이라면 바로 왕따 당하겠지만, 회장은 힘이 있기 때문에 왕따가 아니라 왕처럼 되어갔다. 상식도 없고 도덕성 태부족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무슨 일 터지면 도리어 평회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는 했다.
적반하장의 대가였다. 새해 들어서도, 회장은 자기가 뭘 하려는 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일 작정인가 보았다. 단체 재정이 파산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단체 자체가 와해될 지경에 이르렀다. 평회원들은 거의 아노미에 빠졌다. 평회원들은 비로소 단체가 안정적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중요한 것, '상식적인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밑구멍 깨진 저금통이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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