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012년까지 지역 모든 초ㆍ중학교에 최소 1개 이상의 영재학급을 정규 교육과정 안에 편성키로 하자 "사실상의 우수반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6일 '2009년도 중점 추진과제'를 통해 "2012년까지 950여개 전체 초ㆍ중학교에 최소 1개 이상의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영재교육 영역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영재학급이 단위 학교에 개설되면 학급당 최대 20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게 돼 선진국 수준의 영재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 5,624명(0.4%)이던 영재교육 대상자를 점차 늘려 2010년에는 전체의 1%에 해당하는 1만3,900명 선까지 확대하고, 2012년 이후에는 연차적으로 전체의 2~3% 선을 유지하겠다는 후속 조치도 내놓았다. 특별ㆍ재량활동 등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운영되던 영재학급은 지난해 232개 학급(110개교)에서 올해 287개(131개교) 학급으로 크게 늘렸다. 시교육청은 영재학급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3월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런 계획은 시교육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제2차 영재교육 종합 발전 계획'에서 이미 모습을 드러냈었다. 당시 시교육청은 방과후 학교나 방학, 주말 등을 활용해 운영해 온 영재학급을 장기적으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 편성키로 했다. 현재 서울 지역 영재학급 시범학교는 6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청담초교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영재학급 전면 확대 계획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자칫 합법적인 우열반 편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 등을 엄격히 검증해 선발한다는 점에서 성적만이 기준이 되는 과거 우열반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관계자는 "지금도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 등 영재교육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영재학급이 늘면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한 또 하나의 '엘리트 코스'로 변질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영재교육원 대비반을 운영하는 학교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영재학급 확대는 '너도 나도 영재 사교육' 바람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은 영재교육진흥법을 고쳐 특별ㆍ재량 활동으로 한정돼 있는 영재교육 운영 범위를 교과활동으로 까지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상시 운영될 경우 우열반 부활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고교선택제 등 시행으로 교육 현장의 서열구조가 고착화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영재학급도 결국 선행학습 확산과 사교육 열풍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