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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전쟁 공멸은 피했다/ 한때 결렬 위기… 與 최고위 승인에 급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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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전쟁 공멸은 피했다/ 한때 결렬 위기… 與 최고위 승인에 급반전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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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며 계속된 여야 간 '입법전쟁'이 임시국회 종료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해머까지 동원된 격렬한 충돌, 야당의 본회의장 점거농성, 질서유지권 발동 및 농성 강제진압, 그리고 이 와중에 냉온탕을 오간 수 차례의 협상…. 극단적인 물리적 충돌과 한치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이 오히려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내고 합의를 강제해낸 아이러니가 연출된 셈이다.

여야가 보름 넘게 이어져온 대치를 끝낸 직접적인 계기가 6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민주당의 본회의장 농성 해제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쟁점법안 논의와 민생법안 처리를 분리함으로써 여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협상이 결렬돼도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 기존의 강경론을 고수키로 방침을 정했다. 전날 원내대표 회담이 결렬됐는데도 오히려 '합의 처리'를 주장할 쟁점법안 수를 늘린 것이다. 오후 3시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민주당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직감한 듯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 협상장 주변에서 합의문 초안 내용이 흘러나왔다. 대체로 민주당의 기존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었다. 당내 논의를 위해 잠시 협상장을 나온 홍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표정도 엇갈렸다. 비슷한 시각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재외국민투표법의 처리를 위한 정개특위 가동 여부까지 핵심쟁점으로 가세하면서 협상 결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6시30분께 홍 원내대표가 잠정합의문에 대한 최고위의 승인이 있었음을 전하면서 상황은 급진전됐다. 곧바로 최종합의문 작성 작업이 진행됐고 오후 8시께 3당 원내대표가 10개항의 합의문에 사인을 했다. 지난달 18일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소화기와 해머까지 등장하는 대대적인 물리적 충돌로 시작된 법안전쟁이 마무리된 것이다.

협상 결과를 반영하듯 여야의 표정은 대비됐다. 한나라당에선 문방위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지만 합의안 거부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부담을 의식, 결국은 만장일치로 여야 합의사항을 추인했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몇몇 쟁점의 처리시한을 못박은 데 대한 불만이 나왔지만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그간 여야관계는 극단적인 대립의 연속이었다. 한나라당은 쟁점법안을 포함한 85개 법안의 직권상정 방침을 고수하며 힘으로 밀어붙였고, 민주당은 국회의장실과 문방위ㆍ행안위ㆍ정무위에 이어 본회의장까지 점거하는 전례없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새해 벽두엔 여야간 가(假)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의 점거농성 강제해산에 나서 아비규환이 벌어졌고 본청 내 경찰 투입설까지 나오면서 정국은 파국으로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교착국면의 물꼬를 텄다. 질서유지권은 유지하면서도 '직권상정 불가'를 선언하고 원내대표 회담을 직접 중재하는 등 채찍과 당근으로 여야간 협상을 종용한 것이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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