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의사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일반의약품 마케팅을 중단하거나 출시를 늦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S제약은 2007년 말 인공눈물 제품을 출시하고 지난해 1월부터 TV와 라디오 등 대중매체 등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다 지난 11월 돌연 마케팅 활동을 중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이 마케팅을 중단한 것은 안과 개원의사단체인 대한안과의사회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과의사회가 안구건조증 환자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제약회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이와 관련 "일부 회원들이 불매 리스트를 올렸을 뿐 안과의사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약사들을 대상으로 '비만관리 전문약사'를 양성하는 '세이 헬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실시하려 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 포기해야 했다.
대웅제약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약사가 비만을 진단하거나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의료계가 "진단과 처방은 의사의 영역"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대웅제약 약품에 대한 집단적인 처방거부 움직임까지 보이자 사장이 직접 나서 의료계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2007년 말 출시돼 인기를 끈 비만치료제 '앨라이'(미국 상품명 'alli')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배경에도 해당 제약사의 의료계 눈치보기가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지고 있다. 앨라이는 처방전이 필요한 비만치료제 '제니칼'과 성분은 같고 함량이 절반인 의약품으로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 단체 반발에 직면하면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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