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리학자 주세페 코코니와 필립 모리슨은 50년 전인 1959년 학술지 '네이처'에 전파신호를 통해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개념은 1960년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의 오즈마 프로젝트에 의해 처음 현실화했다. 1974년에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부터 구상성단 M13을 향해 처음으로 전파신호가 송출됐다.
과연 인간뿐일까, 우주를 관측하면서 그 탄생과 미래의 운명을 고민하는 존재는?
지구 밖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인류처럼 지적인 사고능력이 있고 과학기술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지는 않을까? 존재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찾아낼 것인가?
수만, 수억 광년 밖에서 온 밤하늘 별빛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문제들이다. 과학자들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 외계의 문명 존재한다면
만약 외계의 지성체가 지구를 관측한다고 가정해 보자. 먼 우주로부터 광속으로 지구에 직접 와보지 않는 한 지구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는 증거 중 하나는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전파신호일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없다면 이런 인공적인 전파신호가 관측될 수 없기 때문이다.
1959년 미국 물리학자 주세페 코코니와 필립 모리슨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시 존재하던 전파망원경으로 외계로부터 오는 이런 인공 전파신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외계 지성체는 우주에서 가장 빠르게 멀리까지 전송할 수 있는 전파를 사용해 우주의 다른 지성체에게 신호를 날려보냈을 것이고, 우리는 지구에서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그들이 보낸 전파신호를 찾는다는 것이다.
1960년 봄 천문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는 가까운 별들로부터 오는 전파신호를 찾아보려는 독립적인 관측을 실제로 시도했다.
외계 지성체 탐사 프로젝트를 보통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그 시작점에 위의 두 사건이 있었다.
■ 2020년 외계 신호 포착 기대
대표적인 SETI 프로젝트는 미국의 SETI연구소와 버클리대가 주축이 된 피닉스 프로젝트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현존하는 가장 큰 전파망원경인 지름 305m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활용, 지구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 1,000여개를 대상으로 1.4GHz 대역을 관측했던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관측된 방대한 자료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PC로 보내 분석하는 SETI@home 프로젝트는 가입된 PC 수가 800만대에 육박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컴퓨터가 되었다.
지금까지 후보들은 많이 포착되었지만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공신호는 검출된 적이 없다. 만약 여러분의 PC에서 외계 지성체의 전파신호가 발견된다면 첫 발견자로 여러분의 이름이 기록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SETI 프로젝트가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 앨리(조디 포스터 역)의 실제 모델인 질 타터 SETI연구소 소장 주도로 시작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6m짜리 SETI 전용 전파망원경 350대로 구성된 앨런 텔레스코프 어레이(ATA)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현재 42대의 전파망원경이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SETI 과학자들은 ATA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외계 지성체의 전파신호를 1개 정도 포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근 태양계 밖 행성 탐사연구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의 발견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런 사실은 외계 지성체 탐사 연구에도 큰 희망을 주고 있다.
■ 지구인, 접촉에 나서다
1974년 11월 16일 오후 1시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부터 23화소·73주사선으로 이루어진 1,679비트의 신호가 머리 위에 떠 있던 구상성단 M13을 향해 전송되었다. 지구인의 모습, 태양계 내 지구의 위치, DNA 이중나선 모양, 1에서 10까지의 수의 2진법 표기 등등이 표기된 것이었다.
흔히 아레시보 메시지라고 불리는 이 인공 전파신호의 전송은 외계 지성체의 전파신호를 들으려고만 하던 우리 지구인들이 이제 능동적으로 우주 지성체들과 접촉하려는 대열에 나섰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올해 10월 대전에서는 국제우주대회가 열린다. SETI 관련 세션도 2가지가 포함됐으며 타터, 드레이크 같은 저명한 SETI 과학자들이 참가한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SETI 전용 전파망원경이 막 가동되기 시작했다.
연세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관측자료에서 외계의 신호를 찾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첫 과학적 SETI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기회를 잘 살린다면 SETI 프로젝트 50주년, 아레시보 메시지 송출 35주년이 되는 2009년은 우리나라 SETI 프로젝트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우주 속 인류의 동료
SETI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SETI식 접근은 인류 문명과 흡사한 외계 문명만을 가정한 것이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또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지금껏 아무 접촉이 없었을 리 없다는 페르미 역설을 남겼다.
그러나 이 광활한 우주에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너무 외로운 일이다. 확률적으로 오히려 어렵다는 것이 드레이크의 생각이었다. 태양계에서 지구가 더 이상 중심이 아니듯 우주에서 인간도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고 SETI 연구자들은 믿는다.
외계 지성체의 전파신호가 실제로 포착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익숙한 과학영화에서처럼 재앙에 가까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외계 지성체에 대해서 이미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다.
그만큼 외계인 개념에 익숙하다. 사회적 종교적 혼란이 없지 않겠지만 결국 우리는 외계 지성체를 우리의 자연스러운 우주 동료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 국내 SETI 참여 현황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SETI 전용 전파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지름 7.2m의 전파안테나와 수신기, 분광기, 관측실을 갖추고 오로지 외계의 신호 추적을 위해 활용된다. 외국의 SETI 연구가 전파천문학자들이 연구하고 난 전파신호를 재분석하는 '전파 재활용'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천과학관 자연사팀 이강환 박사는 "해외 SETI 연구팀과 협력할 예정이나 일단 별들이 밀집한 은하 중심방향과, 지금까지 발견된 300여개의 외계 행성계를 겨냥해 전파신호를 수집ㆍ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천과학관 전파망원경은 1.4㎓와 22㎓ 2가지 대역의 전파를 분석한다. 1.4㎓는 우주에 가장 흔한 수소에서 나오는 주파수로, 지적 생명체가 천체를 관측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역이다.
1974년 SETI 연구팀이 외계로 처음 전파를 보냈을 때도 이 대역을 사용했다. 22㎓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에서 나오는 주파수이다. 핵심은 여기에서 자연 천체로부터 나오는 신호와는 다른 특성, 인공적인 규칙성이 있는지를 분석해 내는 것이다.
과학관은 엄청난 컴퓨터 용량과 시간이 필요한 이 분석작업에 일반 대중을 참여시키는 SETI@Korea 프로젝트도 시작할 계획이다. 밤시간 동안 잠자는 PC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활용하는 해외 SETI@home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우리나라가 수신한 신호를 우리 국민이 분석한다는 것이다.
이미 6만~7만대의 PC를 연결해 전파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변용익 교수팀에 의해 개발돼 있다.
지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계를 찾는 연구도 활발하다. 우리 태양계처럼 행성들을 거느린 별 찾기가 1990년대부터 성과를 내 지금까지 300여개의 행성계가 발견됐다.
한정호 충북대 교수와 박병곤 천문연 박사의 연구팀도 5개를 찾아냈다. 2005년 이 팀을 포함한 11개국 연구팀이 발견한 'OGLE-2006-BLG-109L'행성계는 목성과 토성에 해당하는 행성을 거느려 태양계와 가장 닮은 행성계로 꼽힌다.
한 교수팀은 올해부터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시야가 매우 넓은 3대의 망원경을 연결해 외계 행성을 발굴하는 '한국 중력렌즈망원경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착수, 5년 뒤부터는 행성 사냥의 성과물을 쏟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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