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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소'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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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소' 펴내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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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은 집을 지을 때 기초를 다지는 것과 같습니다. 계행이 청정하지 못하면 종교인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조계종 원로인 경남 하동 쌍계사 조실 고산(76) 스님은 출가 생활 60여년 동안 강사(講師)와 율사(律師), 선사(禪師)를 두루 지낸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부분의 스님들이 교학을 가르치는 강사나, 계율을 가르치는 율사, 참선을 지도하는 선사 중 하나의 역할 만을 하는 데 비해 고산 스님은 셋을 모두 겸비하며 승려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조계종에서 출가자에게 승려의 자격을 부여하는 수계(授戒)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전계대화상(傳戒大和尙)에 추대됐다. 율(律)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최근 회고록 <지리산의 무쇠소> (조계종출판사 발행)를 펴낸 스님을 6일 쌍계사 방장실에서 만났다.

"계행이 청정한 것은 그릇이 반듯한 것과 같습니다. 그릇이 반듯해야 거기에 담긴 물이 흔들리지 않으며 그 물에 지혜의 빛이 비치게 됩니다."

율(律)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고산 스님은 근대 최고의 학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봉 스님에게서 전강을 받고, 젊은 시절부터 선방에서 수좌로서 오랫동안 수행해 선(禪)과 율(律)과 교(敎)를 모두 아울렀다. 여기에다 종단의 최고 행정책임자인 총무원장(1998~2000년)까지 지냈다.

스님은 고희를 넘긴 나이에 손수 집필한 편지지 1,600장 분량의 회고록에 한평생 해온 수행과 포교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승려생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만 스승을 만나 스승이 하던 그대로 지금까지 해온 것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열세 살이던 1945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때부터 지금까지 새벽예불 때마다 108배를 하고, 일생을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관음기도를 해왔습니다."

회고록에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스님이 된 출가의 사연과 승려생활을 하면서 겪은 온갖 일들이 진솔한 언어로 담겨있다.

당대의 선지식으로 손꼽히던 경봉 스님과 고봉 스님에게서 인정받은 일 등 수행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 어느 여인으로부터 구애를 받은 사연, 범어사에 쌀이 떨어져 신도들의 도움을 받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던 기억, 경전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화엄경' 한 질을 얻으려다 주먹을 휘둘러 절에서 쫓겨나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을 당한 일 등 원로로서 부끄럽게 여길 수 있는 사연들까지 숨기지 않았다. "회고록은 사실 그대로 써야 해요, 사(邪)가 조금도 붙어선 안 돼요."

스스로 별호가 '땡삐'(땡벌)라고 밝힌 데서도 드러나는 스님의 대쪽같은 성미는 종단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다. 어디서든 바르지 못한 것을 보면 그냥 넘기지 않고 쏘아버리는 탓이다.

총무원장 시절 그는 기율이 느슨했던 총무원과 조계사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원칙대로 새벽 예불에 참석토록 했지만, 산문출송을 당했던 아픈 경험 때문에 비행을 저지른 승려의 승적을 없애는 멸빈 조치는 하지 않았다.

스님은 소의 해를 맞아 이런 덕담을 했다. "소는 일생 묵묵히 일만 합니다.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과 뼈를 모두 보시합니다. 소처럼 꾸준히 일하고, 그런 보살정신을 갖고 살면 경제위기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해결책을 얻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회고록을 썼다고 했다. "행복하게 사는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지심(感射之心), 둘째는 욕을 들어도 웃는 얼굴을 하는 미소, 셋째는 열어놓으면 집안의 보물이 나가고 도둑이 드는 대문과 같은 입을 다무는 침묵. 이 세 가지를 꼭 지키세요."

하동=글·사진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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