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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辛春'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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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辛春'주의보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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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현재진행형이다. 꺼진 줄 알았던 촛불이 요즘 들어 국회 앞에서, 방송사 앞에서, 청계천에서, 명동에서 수시로 타오르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한결같이 "그 동안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회사원, 학생, 주부 등 참가자 면면도 지난해와 거의 그대로다. 이런 모습은 언제든지 불쏘시개만 있으면 촛불이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를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불쏘시개는 충분한 듯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공식 실업자만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처럼 돼있다. 특히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 3월에는 취업난이 절정에 이를게 뻔하다.

생존경쟁이 달린 노동계의 춘투는 그 어느 해보다 격랑에 휩싸일 것이다. 경제위기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반대로 사회불안 요인은 커지는 상황이 겹치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 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렇다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권에 해결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난망이다.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일어난 그리스 소요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데 절망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때문이다. 그리스뿐이 아니다. 한국의 '88만원 세대'에 해당하는 유럽의 이른바 '700유로(약 132만원) 세대' 는 이미 유럽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들 청년들의 시위는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번졌고 유럽 어디에서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리스형 소요사태가 국내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제기하는 바다. 봄이면 쏟아져 나올 청년 실업자들과 연쇄 부도사태로 길거리에 내몰린 근로자들이 이를 구조적 문제로 돌리게 되면 현 정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가 중국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되는 해라는 점을 들어 '피플스 파워'가 전염병처럼 각 국을 휩쓸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는 보수학자도 있다.

문제는 현 정부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갈등을 조정할 역량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서민들은 죽을 병을 앓고 있는데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는 강부자 정책만 계속하고, 미디어관련법, 금산분리 완화 등 이념 논쟁에만 골몰하는 현 정권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스럽다. 독선과 독주로 질주한 일방통행, 이념 대결을 통한 과거회귀를 주도해온 것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도덕적 약점 없이 출범한 정권인 만큼" 운운한 발언은 대통령의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인 기독교계에서조차 "대통령이 하나님을 믿고 좀 더 성숙하게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는 고언을 하겠는가.

당장은 조만간 있을 개각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 정부 초반 지지율 급락을 불러온 인사의 난맥상을 되풀이해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비상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당파적으로 능력 있는 인사들을 배치해야 한다. 진정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면 대통령부터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게 '촛불'을 끄고 봄 위기설을 잠재우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충재 부국장 겸 사회부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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