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 해 동안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들은 죽을 쒔다. 주가, 환율 전망은 어긋났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장내'가 실망스러우면 '장외'가 뜨는 법. '제도권 전문가'들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재야 고수'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이 쓴 투자 전략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온라인 카페에는 수 만 명이 몰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아예 리서치 센터를 만들며, '장내진입'까지 시도하고 있다.
재야 고수로 스타덤에 오른 '무극선생' 이승조(51)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과 '원형지정' 황호철(49)씨로부터 2009년 주식 시장 전망, 투자 요령 등을 들어봤다.
-기존 제도권은 어떤 잘못을 한 것인가.
원형지정= " 2008년에 주가는 떨어진다는 얘기는 제도권에서도 다 알았다. 그런데도 기관은 주식을 팔아 위기 관리하는 대신 외국인들이 공매도(주가가 내릴 즈음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팔고 쌀 때 사서 채우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것) 포지션에서 차익 실현할 때 주식 열심히 사주면서 '총알받이'노릇을 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이익 챙겨 먹고 빠져 나간 지금 정작 힘을 써야 하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극선생= "제도권은 극과 극의 예측을 쏟아내서 개인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중공업에 대한 투자 등급을 낮추면서 뒤로는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IT 업계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도 그대로 따랐다가는 당할 수 있다."
-올해 주식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원형지정= "1월 말, 2월 초에 1,250을 지나 1,300까지 가고 3,4월에 주가는 바닥에 간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돈이 많이 풀릴 것이다. 현재 미국도 16년 만에 가장 많은 돈이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 중이다. 경기가 조금만 좋아지면 주가는 급등한다."
무극선생= "1,200~1,300 이상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단, 미국의 버락 오바마 새 정부나 우리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성공하면 1,500도 가능하다."
-또 다른 위기가 올 가능성은 없나.
원형지정=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오는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기가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과잉 유동성이 독약이 될 수 있다."
무극선생= "원ㆍ엔 환율이 문제다.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ㆍ엔 환율은 다르다. '3월 위기설'과 함께 와타나베 부인 등 일본계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비거주자 원화 예금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그 징조다."
-투자자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무극선생=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률(PER)를 보지 말고 매출을 늘려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현금이 많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자신이 대기업 회장이라 생각하고 어느 분야를 살리고 죽일 지를 결정해 봐라. 두산이 주류 부문을 팔고 삼성은 삼성 테크윈을 분할했다. GE의 집중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각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지를 예측하고 기다리는 '길목 지키기 전략'이 절실하다. 3개월 마다 주가의 상단과 하단을 정해놓고 주가가 상단 이상 올라도 절대 따라가지 말고 하단에 오면 나눠서 팔아야 한다. 삼성, LG, 두산, SK, 포스코를 눈 여겨 보고 STX, 금호, 한화는 절대 피해라."
원형지정= "주가 상승 분위기에 먼저 치고 나가는 주도주를 잡아야 한다. 주가가 오른다고 전부 오르지 않는다. 주가가 또 다시 2,000포인트를 넘지 않는다. 산업의 흐름이 어디로 갈 지 미리 읽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조선주, 하이브리카를 비롯한 환경 관련 주 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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