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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송 패러다임에서 미디어 패러다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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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송 패러다임에서 미디어 패러다임으로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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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을 고정적으로 기고한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었다. 급기야 오늘이 마지막 기고라고 하니 한편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필이면 정부 여당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놓고 극도의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때라 뒷맛도 개운치는 않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 필자가 읽고 있는 <텔레비전 붕괴(television disrupted)> 라는 책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네트워크 TV에서 네트워크화된 TV로의 이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사회를 주도했던 네트워크 텔레비전이 IP와 같은 네트워크화된 TV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저자인 미디어벤처그룹의 총책임자 셀리 파머는 과거에 있었던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빗나간 예측들을 소개하고 있다.

1865년 당시 유력지 보스턴 포스트 편집자의 "유선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라는 주장과, 1927년 워너브러더스 영화사 설립자가 "누가 배우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겠는가?"라고 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또 1977년 미국의 디지털장비회사의 한 대표가 "누구도 각자 자기 집에 컴퓨터를 둘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든지, 1981년 빌 게이츠의 "누구에게나 640K 메모리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말도 소개되어 있다.

그러면서 이 모든 빗나간 전망들은 미래의 기술을 패러다임 변화가 아닌 당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각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저자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른바 텔레비전 이후의 미디어들은 "텔레비전 비즈니스가 아니라 수용자 확보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텔레비전은 미디어이지만 모든 미디어가 텔레비전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정치,문화적 관념을 가지고 미래의 매체를 보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법을 둘러싼 갈등이 혹시 아직도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관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과거 독점시대의 텔레비전을 염두에 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뉴미디어 등장 혹은 방송구조 개편 논의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라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역방송, 매체간 균형발전, 정치적 독립성 등의 쟁점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다.

이 쟁점들 대부분이 지상파방송 독과점시대에 제기되었던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IPTV, 모바일TV, 3DTV를 논의하는 지금까지도 정책 논의를 지배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한편 서글프기조차 하다.

특히 신규매체 도입 때마다 이러한 쟁점들이 논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혹시 새로운 매체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이제 미디어 관련법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새로운 논의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장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당장의 이익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진정 미래를 보는 패러다임 아래 대승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 나라의 미디어 수준은 그 나라의 정치문화 수준과 샴 쌍둥이와 같은 것이니까.

선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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