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에 뛰어든 주희정(33ㆍ안양 KT&G)은 ‘물 만난 고기’와도 같았다. 주희정은 1997~98시즌 삼성에서 데뷔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이후 3년 연속 수비 5걸에 오르며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주희정은 2000~01시즌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 결정전 MVP에 선정됐다.
주희정의 도약은 거기까지였다. 2001년 김승현(31ㆍ대구 오리온스)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데뷔 첫해인 2001~02시즌 팀의 우승을 이끈 김승현은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를 동시에 휩쓴 최초의 선수가 됐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농구의 금메달을 이끈 것도 김승현이었다.
‘스피드 가드’의 시대는 가고 ‘테크니션 가드’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주희정의 투지와 스피드는 김승현의 현란한 패스워크에 철저히 가려졌다. 주희정이 진가를 인정 받지 못하고 트레이드의 수모를 겪는 동안 김승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가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주희정의 타고난 체력과 의지는 결국 그를 최고의 자리로 이끌었다. 주희정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어시스트왕에 오르며 허리 부상에 신음했던 김승현을 앞서갔다. 그리고 올시즌 세 번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최고 가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주희정은 4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의 100-87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KT&G는 올시즌 오리온스와의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15승12패로 서울 삼성과 함께 공동 3위에 복귀했다.
주희정은 14점 7리바운드 15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김승현은 12점 9어시스트에 그쳤다. 주희정은 지난해 11월27일 오리온스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도 무려 20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경기 후 주희정은 “올시즌 풀타임을 뛰고 있는 김승현과 제대로 붙어 이기고 싶었다”며 “김승현이 달성했던 3년 연속 어시스트왕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2위 울산 모비스는 창원 LG에 88-82 역전승을 거두고 17승10패가 돼 이날 경기가 없었던 단독선두 원주 동부(18승9패)를 1경기차로 추격했다. 전날 9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던 삼성에 무려 25일 만에 패배를 안겼던 LG는 3연승 기회를 놓쳤다. 부산에서는 인천 전자랜드가 홈팀 KTF를 93-89로 꺾고 14승14패로 5할 승률을 맞췄고, 전주 KCC는 서울 SK를 90-82로 눌렀다. SK는 4연패.
안양=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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