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몸통의 절반이 잘려나간 열 일곱 살 딸을 가자의 병원 시체 공시소에서 발견하고 어머니는 저주를 퍼부으며 울부짖었다. 통곡하는 그 어머니 옆에서는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 두 살, 세 살, 다섯 살 조카를 잃은 한 남자가 분노와 슬픔으로 벽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 남자는 그러면서도 지친 표정이 역력한 의사들에게 "건물 아래에 다른 가족이 깔려 있다"며 구해달라고 소리쳤다. 이렇듯 악취가 코를 찌르고 바닥에 피가 넘치는 시체 공시소는 지옥 같았다.
AP통신 등 외신은 가족을 잃은 채 오열하는 가자 주민과, 의약품과 전기가 떨어졌는데도 쉴새 없이 밀려드는 부상자를 치료하느라 지친 의료진 등을 통해 참혹한 민간인 피해 상황을 전했다.
가자 주민들은 현재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가라"고 라디오로 안내하고 있지만 주민에게는 모든 장소가 다 위험스러워 보인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의 말만 믿고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가 공습을 받아 가족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점점 떨어져가는 식량도 주민에게는 고통이다. 남부의 칸 유니스에 거주하는 파미 쉬라브는 "2시간 동안 빵을 찾아 나섰지만 가장 큰 제과점조차 텅 비어 있었다"며 식량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자 지구의 외국인 270여명도 공포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스페인 출신으로 칸 유니스에 거주하는 벨라스코는 "우리는 절망하고 있다"며 "이것은 집단 학살"이라고 단언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시작된 후 벨라스코는 사흘에 두 번 꼴로 가자지구 탈출을 시도했지만 격렬한 전투 때문에 모든 것을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약간의 치즈와 햄, 빵 밖에 없다"며 "하마스가 외국인의 탈출을 막기 위해 일부러 국경 전투를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환자가 밀려 들면서 병원 조차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가자 지구의 시파 병원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노르웨이인 의사 에릭 포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환자는 사방에 누워있고 우리는 복도에서 수술한다"며 "여러 분쟁 지역을 다녀봤지만 지금처럼 사정이 나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앰뷸런스에도 폭격이 가해져 의료진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의료진 3명과 자원봉사자 3명이 숨졌으며 응급실이 파괴되고 앰뷸런스도 4대나 부서졌다.
한 젊은 자원봉사자는 배가 갈라진 채 "나는 괜찮으니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여성 등 끔찍한 부상자를 많이 보았다며 폭격으로 생지옥이 된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을 증언했다.
민간인 희생에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하마스는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저항하면서 민간인을 방패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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