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경제 위기로 어렵다면서요? 올해는 속 시원한 스파이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배구의 '간판스타' 문성민(23.197㎝)은 5일 새벽(한국시간) 기차 안에서 새해 목표를 밝혔다. 뒤셀도르프에서 출발해 프리드리히스하펜으로 가는 기차는 시끄러웠다.
독일 프로배구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동료들은 맥주라도 한잔 들이키는지 연신 깔깔거렸다. 그러나 최근 후보로 밀린 탓인지 문성민은 "부진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문성민은 2008년 롤러코스터에 탄 기분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리그 예선에 출전해 득점왕이 됐다. 해외 스카우트의 눈길을 끈 문성민은 여름에 계약금과 연봉으로 각각 10만 유로(약 1억 6,000만원)를 받고 독일 프로배구 최강 프리드리히스하펜에 입단했다.
시즌 초반 라이트 주공격수로 뛸 때까진 안 되는 게 없었다. 그러나 최근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면서 한숨만 늘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문성민은 홈페이지에 '첨부터 다시'라고 썼다. 2009년의 첫 날에는 동료와의 화합을 고려했는지 '더 궁글게'라고 고쳤다. 최근 출전 기회가 줄어든 이유를 의사소통 부족에 따른 적응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다.
프리드리히스하펜 모쿠레스쿠 감독도 "문성민의 실력은 문제가 없으나 의사소통이 안돼 고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성민은 한국에서 소포로 온 영어책으로 '어학 삼매경'에 빠졌다.
문성민은 블로킹보다 반 박자 빠른 스파이크로 한국배구의 대들보가 됐다. 하지만 독일에선 세터와의 엇박자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너 발자국 달린 뒤 공을 때린다.
최태웅(삼성화재)과 권영민(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박자에 맞춰 토스를 올렸다. 그러나 유럽에서 오른쪽 공격수는 제자리에서 도약하든지 한 스텝 만에 공격한다. 따라서 문성민에게 독일 세터의 토스는 너무 빨랐고, 감독 눈에 비친 문성민은 반 박자 느린 공격수다.
해외 진출 1호인 박기원(58) LIG손해보험 감독은 "해외 진출 초기가 가장 어려울 때다. 용병으로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배는 후배에게 자신에게 토스를 맞춰달라고 세터에게 요구하는 배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후배는 생각이 달랐다. 문성민은 "내가 세터에게 맞추는 게 장래를 위해 낫다"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선 맞춤형 토스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문성민은 현실의 어려움을 돌아가기보다는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쉬는 틈틈이 영어책을 붙잡는 문성민은 "일단 팀에서 주전을 되찾는 게 급선무고,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가 국가대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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