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교육연구혁신센터(CERI)와 교육정책위원회는 지난해 말 연례회의에서 세계경제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경기침체로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적자원 개발전략에 장애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40년 전부터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인식 아래 CERI를 운영해왔다. CERI는 OECD가 주도해 온 교육혁신의 중심에 있다. 우리나라에 CERI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사업을 통해서다.
2000년 이후 3년 간격으로 중등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의 언어와 수학 및 과학의 소양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이 사업은 국가간 서열 확인보다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각국 교육체제의 효과를 확인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계기로 북유럽의 변방 국가였던 핀란드가 지구촌 최강의 교육 선진국으로 부상했고, 독일 등 몇몇 국가는 교육체제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았다.
OECD 교육혁신 사업의 강점은 막연한 이념 중심의 정책자문 대신 과학적 근거와 실증적 사례를 토대로 개별국가의 혁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CERI는 특히 학습자와 학습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 아무리 교육체제를 훌륭하게 바꾼다 해도, 그 안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학생 개개인의 역량 계발에 기여하지 못하면 교육형태의 변화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CERI는 새 천년의 변화한 사회환경 속에서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학습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개별 맞춤형 학습'(Customized Learning)이 중요하며, 청소년기의 발달심리학적 특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Holistic Learning)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새 천년 학생'들의 생활세계에 깊숙이 스며든 정보기술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디지털 공학기술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안목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학습 혁신을 이루려면 학생 평가 역시 '학습 지향적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게 CERI의 입장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당연시하는 결과 중심의 평가, 시험 위주의 평가 대신 학습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활성화하는 '학습 촉진형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가 제시하는 교육혁신의 종착점은 급변하는 생활환경 속에서 학생 개개인이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구비해야 할 핵심 역량의 수준 향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CERI는 올해부터 산업ㆍ노동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몇몇 전공 영역을 선정해 고등교육의 학습성과를 평가하는 연구사업에 착수한다. 지금까지 명문 대학 졸업장이 출세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던 우리 사회에서 OECD의 이름으로 과거와 현재의 고등교육의 수준과 경쟁력이 드러날 경우, 그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ERI는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라 지구촌 교육혁신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이 때로는 너무 뜸을 들인다 싶을 만큼 시간과 공을 들인 자료수집과 체계적인 분석으로 각국의 교육경쟁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혁신의 불씨를 지구촌 여기저기로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 연구기관들도 과학적인 연구와 그 결과물을 통해 교육현장에 혁신의 불씨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