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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의회민주주의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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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의회민주주의의 위기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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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 저물고 2009년 새 아침이 밝아오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악법' 통과를 막는다고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채 농성하고 있었다. 열흘 넘게 농성이 계속되는 동안 여야는 몇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 속에 암담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국회는 또 하나의 악몽이다.

날이면 날마다 싸움질로 세월을 보내는 국회, 대화와 타협은 할 줄 모르고 폭력을 휘두르는 데는 이골이 난 국회, 여당은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단독으로 안건 처리를 시도하고 야당은 해머를 휘두르며 회의실 문을 때려부수는 국회…. 국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저런 국회는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는 한탄과 욕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금 잘못을 탓하는 것으로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여야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돌격할 때는 둘 다 원점으로 돌아가게 한 후 민주주의 교과서에 적힌 대로 규칙을 지키며 다시 출발하게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우선 농성을 풀고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한 후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한나라당도 외통위에서 한미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단독 처리하려 했던 일을 사과하고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의회민주주의는 의원들 자신이 법을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법을 짓밟거나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떤 명분 어떤 목적으로도 폭력정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뿐 아니라 수단에 대해서도 합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다수의 횡포로 파행을 일삼고 민주당의 주장대로 '악법'을 마구 통과시킨다면 국민이 심판자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은 4년마다 총선을 통해서, 또 5년마다 대선을 통해서 심판할 수 있다. 야당이 사사건건 심판자 노릇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결정할 때는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은 지금이 박정희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 것 같다. 4년마다, 또 5년마다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국민이 정권을 심판할 수 없던 독재시절에는 야당이 투사처럼 싸워야 했다. 그러나 이제 투사와 국회의원은 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유신헌법을 제정하려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해머를 휘두른단 말인가.

국회는 오늘날 폭력에 너그러운 유일한 집단이다. 이런 수준의 폭력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는 곳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없다. 폭력도 면책특권 쯤으로 여기는 터무니없는 특권의식부터 버려야 한다. 국민이 선출해 줬으면 국민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국회의사당은 '민의의 전당'이다. 국회의원들의 집이 아니라 국민세금으로 지은 국민의 집이다.

국회폭력 이젠 뿌리뽑아야

농성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강제해산에 대비하여 등산용 자일로 서로의 몸을 묶는 인간사슬 전술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일을 허리에 두르고 연습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저런 꼴을 보려고 독재정권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투쟁을 하고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단 말인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엄격하고 세세한 의원 윤리규범을 만들고 철저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 외부인사들이 윤리위원회에 참여해서 '제 식구 봐주기'를 막아야 한다. 의회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 의원들이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 2008년 12월의 국회폭력이 마지막이 되도록 온 국민이 압력을 가해야 한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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