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그의 이름 석자를 아는 농구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우승연(25)은 평균 1.73점 0.86리바운드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출전한 경기도 37게임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시절 194㎝의 큰 키에 정확한 3점포로 이름을 떨치던 활약상은 그저 추억일 뿐이었다. 적어도 지난 시즌까지는 그랬다.
우승연의 농구 인생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건 올시즌부터. 지난 6월 모비스로 임대된 우승연은 김효범 김현중에 이어 올시즌 모비스 돌풍의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평균득점은 6점에 리바운드는 1.54개. 지난 시즌에 비하면 괄목상대가 따로 없다.
그리고 2008년을 마무리하는 31일. 우승연의 무자년 피날레는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었다. 이날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정규시즌 KTF전에 출전한 우승연은 19점(3점슛 6개 시도 5개 성공) 8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의 만점 활약으로 모비스의 90-58 대승을 이끌었다.
2,000여 홈팬들의 환호가 최고 데시벨을 찍은 건 3쿼터. 그 중심엔 우승연의 신들린 3점슛이 있었다. 3쿼터 5분께 좌중간에서 벼락 같은 3점 포물선으로 50-40 리드를 만든 우승연은 3분께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왼쪽 모서리에서 림에도 닿지 않는 깨끗한 3점포로 점수차를 14점으로 벌린 것. 우승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쿼터 종료 1분30여초를 남기고 우중간 3점슛으로 순식간에 스코어를 63-44로 만들었다. 3쿼터에만 3점슛 4개로 12점을 몰아넣은 우승연이 있었기에 모비스는 일찌감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우승연의 3점 퍼레이드는 주포 김효범(3점)이 감기 기운으로 10분만 뛰었고, 또 다른 득점원 김현중(2점)이 2쿼터 초반 발목 부상으로 벤치를 지킨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반가웠다.
경기 후 우승연은 "오전훈련을 할 때부터 슛감이 좋았다. 감을 믿고 코트에서 자신감 있게 던졌는데 결과도 좋았다"면서 "팀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게 궂은 일이기 때문에 득점도 좋지만 리바운드나 허슬 플레이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모비스(16승9패)는 공동선두가 돼 동부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최하위 KTF는 19패(7승)째를 떠안았다.
한편 대구에서는 이동준(21점 8리바운드)을 앞세운 오리온스가 KCC를 80-71로 꺾었다. 4연승 휘파람을 분 오리온스는 단독 5위(13승12패)가 됐고, 8위 KCC(11승15패)는 7위 전자랜드와의 격차가 1.5경기로 벌어졌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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