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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다이어트에도 좋다, 매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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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名品 먹거리] 다이어트에도 좋다, 매생이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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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깨끗이 비운 속으로 새 것을 먹고 싶어진다. 올해는 더 맑고 청정한 맛으로 나를 가득 채우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한 달은 족히 유지되기에, 그 결심만으로도 약간의 다이어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정월 단 한 달만이라도 비우고, 덜 먹고, 가려 먹는 결심을 단단히 하자. 그 결심을 도와줄 수 있는 이 겨울의 먹거리는 바로 매생이.

■ 머릿결보다 고운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 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른데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조선의 학자 정약전은 매생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쇠 털보다 촘촘하다는데, 실제로 보면 까만 머리카락을 한 색시의 뒤통수 같다. 매생이를 판매용으로 꽁꽁 뭉쳐 둔 모습이 그렇다는 거다.

잘 빗은 머리채같이 예쁜 매생이를 지금 먹으면 맛있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경까지 제 맛을 내는 매생이는 위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콜레스테롤 저하의 효과까지 있다.

매생이를 채취하는 과정은 정성 그 자체. 이맘 때쯤 전라남도 바닷가에서 볼 수 있다. 강진이나 장흥의 청정한 물가에 쳐 둔 발에 모인 매생이를 올올이 손으로 거두는데, 그 정성만으로도 이미 보양식이다.

배에 탄 이들이 엎드리다시피 하여 양손으로 매생이를 거두는데, 한나절을 그대로 거둬야 양이 모인다. 맛이 담백한 것 같으면서도 중독성이 있어, 매생이를 한 번 맛보면 몸이 으슬으슬할 때마다 다시 생각난다. 모든 해초류가 다 그렇듯 매생이도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하니 숙취에도 좋다.

매생이로 끓인 국을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덩어리 진 매생이를 한 입에 넣었다가는 입 안에 불이 날 수 있다. 매생이 결이 아주 가늘어서 열기를 숨기고 있기에 제격이다. 겉으로 김이 모락모락 오르지도 않는데, 막상 입 안에 매생이를 넣으면 올마다 숨어 있던 열기가 수증기 사우나 문을 열 듯 입 안으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옛날에는 매생이국을 '미운 사위 국'이라 불렀다고 한다. 딸에게 소홀히 하는 사위를 골탕 먹이기에는 매생이 국이 딱이라는 것. 장인 장모에게 밉보인 어느 사위가 국 안의 매생이를 덩어리째 덥썩 물었다가 입 안이 홀랑 까졌을 생각을 하면, '그러기에 진작 잘할 것이지.'하다가도 딱하고 안쓰럽다.

■ 매생이 파스타

해초는 물 맛과 뭍 맛을 다 가진 묘한 식재료다. 특히 물에서 뽑는 이끼에 가까운 매생이는 고유의 '날 것 향기'와 물 맛이 한 올 한 올 맺혀 있어 아무렇게나 요리해도 근사한 맛이 난다.

굴 넣어 맑게 끓인 국물에 매생이 한 줌 풀면 그대로도 맛있고, 매생이 넣어 반죽한 수제비나 칼국수도 별미다. 부침가루에 물 넣어 잘 개고 매생이를 더해 지져 내면 색이 곱다. 나는 매생이를 얼음 크기로 뭉쳐 얼려 두었다가 라면 끓일 때 하나씩 넣어 '해장 라면'을 만든다.

동양적인 맛을 내는 식재료와 서양식 메뉴의 접목이 세계적인 트렌드라는데, 매생이를 넣어 만드는 파스타도 그 중 하나일 듯싶다. 향이 드세지 않은 포도씨 기름이나 카놀라 오일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듬성듬성 다져 둔 양파와 다진 마늘을 볶는다.

여기에 잘 손질하여 한 입 크기로 막 썬 오징어를 넣어 볶는데, 버터를 100원 짜리만큼 넣으면 더 고소한 향기가 퍼진다. 마늘, 양파, 오징어가 막 볶아졌을 무렵 요리용 백포도주를 넣는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오징어의 비릿함이 날아간다. 여기에 생크림을 자작하니 넣고 매생이 양껏 넣어 가열한다. 미리 삶아 둔 파스타 면을 프라이팬에 넣고 자작자작 끓고 있는 마늘, 양파, 오징어, 매생이, 백포도주, 생크림이 하나가 된 소스에 고루 비빈다.

매생이 고유의 바다 짠 맛이 있으니 소금 간은 조심스럽게 조금만 하고, 후추를 더한다. 더 느끼하고 진한 맛도 괜찮다면, 여기에 치즈를 갈아 얹어 천천히 녹여가며 먹어도 된다. 매생이 고유의 맛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게 된다.

포도주나 생크림, 치즈 등 개성이 강한 서양 식재료에 전혀 눌리지 않는다. 매생이와 크림소스가 선뜻 당기지 않는다면, 마늘과 양파, 오징어를 기름과 약간의 버터에 볶다가 맛술 약간, 간장과 매실청 약간을 더하고 여기에 매생이를 푼다.

이 소스에 파스타 면을 볶아서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구면 크림소스와는 또 다른, 하지만 파스타 면 맛과 잘 어울리는 퓨전 요리가 된다. 매생이는 참기름과 찰떡궁합이라 몸에도 이롭다. 하여 2009년의 첫 끼로 끓인 떡국에도 매생이를 풀고 참기름을 더해 속을 달랬다.

몸에 좋은 식재료를 가려 먹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예전에 비해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 상으로 매생이와 같은 해초류들도 거래가 되면서, 관심 갖고 노력하면 내 밥상을 청정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 많이 생겼다.

지금 가장 맛있는 매생이를 당분간 '상비약'처럼 냉동실에 두려 한다. 1,2월에 먹는 국, 파스타, 샐러드, 부침마다 매생이를 넣어 먹다 보면 몸도 좀 가볍고, 피부도 고와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음식 에세이 <밥 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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