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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땀 한 땀 설국의 계단, 바람은 나를 희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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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땀 한 땀 설국의 계단, 바람은 나를 희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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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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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소복한 눈세상이 펼쳐지면, 순결한 눈 빛이 펼쳐놓은 그림에 자신의 발자국을 한 땀 한 땀 수놓는 눈길 트레킹을 떠날 일이다.

눈꽃 트레킹은 설원으로 떠나는 고행의 길이다. 고약한 찬바람에 코는 얼어붙고 귀는 떨어져나갈 것 같다. 하지만 촉각은 고통스러울지라도 눈으로 느끼는 풍경은 어느 계절보다 매력적이다.

흰 눈이 드넓게 펼쳐진 설국(雪國)을 안내한다. 마음으로도 다 담지 못할 정도로 하얀 눈이 펼쳐진 설원이다. 산 정상의 평원에 가득한 눈 세상. 그곳엔 눈을 희롱하는 바람이 있고, 그 바람을 그리는 풍력발전기가 있어 외롭지 않다.

■ 피덕령 안반덕이

강원 평창의 횡계에는 대관령과 함께 평창과 강릉을 잇는 고개가 하나 더 있다. 피덕령이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강릉의 성산과 정선의 구절리를 잇는 닭목재를 만난다. 피덕령 눈꽃 감상은 도암호 주변의 피골에서 시작된다.

고갯길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바람의 세기도 강해진다. 건너편의 발왕산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한시간 여 눈길을 걸어 오르면 고갯마루 안반덕이에 도착한다.

고개 정상은 마치 거대한 분화구마냥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평원이다. 그 비스듬한 경사면에 드문드문 몇 그루 나무가 서 있을 뿐, 땅은 텅 비어있다. 이 들판이 초여름이면 눈꽃만큼 환한 감자꽃이 흐드러지고, 배추의 청청함이 물결 치는 고랭지밭이다.

산꼭대기에 조성된 드넓은 채소밭이 한겨울 흰 눈의 장막을 펼치고 설국을 노래하는 곳이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순백의 설원 위에 발자국을 수놓고, 몸뚱이를 찍어대도 유치하다고 아무도 뭐라는 이 없다.

피덕령 안반덕이로 가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나와 용평리조트 방향으로 가다가 버치힐CC 앞에서 도암댐 방향으로 좌회전해 들어간다.

이 길을 6km가량 들어가면 수하리 피골.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덕 3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산으로 오르는 포장된 임도를 가리킨다. 이 고갯길이 피덕령 오르는 길이고 고개 꼭대기가 안반덕이다.

걸어서 1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수하리에는 산골식당(033-335-1281)을 비롯해 토종닭, 오리, 기러기 등을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이 3개 있다.

■ 선자령

선자령은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선 봉우리다. 해발 1,157m 높이에서 사방의 높고 낮은 산들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백두대간의 전망대다. 1,000m가 넘는 높이지만 산행의 시작점인 휴게소의 해발이 840m이니 317m만 더 오르면 되는,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되는 산행 코스다.

등산로 초입에는 대관령국사 성황사가 있다. 지난 봄 얼레지 현호색 등 야생화가 지천이던 숲이 지금은 벌거벗은 나무와 흰 눈뿐이다. 그 숲을 지나면 길은 편편해지고 능선과 능선이 치맛자락 펄럭이듯 물결 친다. 하얀 소복 입은 그 능선 위로 휘휘 큰 원으로 바람을 그려대는 풍력발전기들이 나타난다. 선자령 꼭대기에 이르도록 풍력발전기는 계속 튀어나온다.

선자령 정상에는 백두대간을 표시한 산경표가 거대한 돌에 새겨져 정상에 서 있다. 거센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지만 사방 하얀 능선들의 장쾌한 풍경에 눈과 마음이 번쩍 트인다.

선자령 산행은 지금은 456번 지방도로로 전락한 옛 영동고속도로의 옛 대관령휴게소(상행선)에서 시작된다.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나와 456번 지방도로에 올라탈 수 있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까지는 5km.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산길은 대부분 능선 위로 이어져 설원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선자령 눈꽃 트레킹으로 출출해진 속은 가까운 횡계 읍내에서 채울 수 있다. 용평리조트 덕분에 생긴 맛집들이 즐비하다. 황태요리는 황태회관(033-335-5795)을, 오삼불고기는 납작식당(033-335-5477)과 부산식육식당(033-335-5415)을 알아준다. 부산식육식당은 고기를 굽고 난 뒤 돌판 위에 끓여내는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 매봉산

삼수령으로도 불리는 피재는 강원 태백시에서 임계 강릉 방향으로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만나는 고개다. 이곳에 내린 빗방울은 어디로 흘러내리느냐에 따라 한강물이 되고 낙동강이 되고, 동해로 스며드는 오십천이 된다.

고개 꼭대기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르면 매봉산이다. 눈길이 미끄러우니 차는 삼수령휴게소에 대고 천천히 걸어 오른다.

산 정상의 완만한 경사면은 거대한 평원이다. 안반덕이와 비슷한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이다. 겨울이 깊어지면 넓은 산사면은 초록의 배추 대신 하얀 눈으로 도배된다. 산 능선 위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휘휘 파란 하늘에 바람을 그리며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해발 1,330m의 높은 산으로 일명 매봉산이라고 부르는 천의봉은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산이고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의미가 깊은 산이다. 삼수령에서 출발해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의 풍경을 다 돌아보고 오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하다.

삼値??넘어 임계 방향으로 가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만난다. 주차장에서 1.3km 되는 길을 약 15분 걸어야 한다. 삼수령 아래에는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마을이 있다. 해발 850m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태백고원자생식물원이라는 사설 식물원이 있다. 한여름에 노란 해바라기꽃이 산자락을 가득 수놓는 곳이다.

눈 트레킹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는 구와우 마을에 있는 허름한 '구와우 순두부집'을 추천한다. 토종 콩으로 빚은 말간 순두부가 훌륭하다. 1그릇에 5,000원. 모두부는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033)552-7124

■ 눈꽃 트레킹 준비물

● 눈꽃 트레킹에는 필요한 준비물이 많다. 필수 장비는 손전등과 아이젠. 겨울은 특히 일몰이 일러 갑자기 날이 어두워질 수 있다. 아이젠은 4발짜리 이상이면 트레킹에 무난하다.

● 눈길에 운동화는 금물이다. 발목까지 감싸는 중등산화에 방수기능을 갖춘 제품을 신어야 한다. 장갑이나 양말은 쉽게 젖을 수 있으니 한 두벌 더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용 바지와 함께 매서운 겨울 산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는 윈드자켓이 필요하다.

● 이밖에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스패치와 방한용 털모자, 계속 걷느라 소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초콜릿, 인절미 등 간식이 필요하다.

평창·태백=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소망의 탑보며 氣 받고 삼척항 들러 곰치국 한그릇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소원성취 명소란 테마로 1월의 가 볼 만한 곳 4곳을 선정했다. 강원 삼척의 새천년도로와 경북 울진의 월송정, 경기 안양의 수리산 성지, 전남 고흥의 남열해수욕장 등이 2009년 첫달의 선택을 받은 곳이다.

■ 강원 삼척시 정라동 새천년도로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끼고 달리는 4km의 새천년도로는 동해안에서도 으뜸가는 해안 절경 드라이브 코스다. 이곳 새천년해안도로가에 있는 소망의 탑은 연인, 부부, 가족들이 찾는 동해의 소원성취 명소다. 많은 사람들이 그 탑으로 좋은 기(氣)가 모인다고 믿고 있다. 삼척의 또 다른 소원성취 명소는 남근공원으로 유명한 신남 마을의 해신당이다.

특히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호항의 시원스런 파도와 5억년 전 신비를 간직한 환선굴, 모노레일을 타고 돌아보는 대금굴 여행도 함께 추천한다. 바닷바람으로 차가워진 몸은 삼척항의 뜨끈한 곰치국 한 그릇이면 금세 후끈 달아오른다.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545, 570-3846

■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울진군 남쪽 바닷가에 관동8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 있다. 울창한 솔숲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면 2층으로 지어진 월송정이 나타난다. 동쪽으로 시선을 두면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행객들은 월송정에 올라 휘영청 밝게 뜬 달을 보며, 장엄하게 솟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소원을 빈다.

월송정은 신라 화랑들이 찾아와서 달빛을 즐겼던, 동해 바다의 신선한 기운이 넘쳐나는 누각이다. 울진의 후포항과 죽변항에 가면 울진대게를 맛볼 수 있고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을 찾으면 뜨끈한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라면 민물고기생태체험관과 성류굴 탐방을 놓치지 말자.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3

■ 경기 안양시 만안구 수리산 성지

안양 시내에서 4km 거리에 있는 수리산 성지는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이자 순교자 최경환 성인의 유해를 모신 천주교 성지다. 인적이 드문 첩첩산중이라 신앙 피난처로는 천혜의 장소다. 성당을 겸하고 있는 최경환 생가는 황토벽면에 바위까지 돌출되어 있어 토굴처럼 보인다. 제단 한가운데에 최경환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묘역으로 가는 돌계단 산책길이 일품이고 솔숲으로 둘러싸인 야외 미사 터는 조용히 사색하기에 딱이다. 돌석 도예전시관에서는 아기자기하고 소탈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고, 안양예술공원에서는 국내외 저명 작가의 조형작품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수리산 성지 (031)449-2842

■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해수욕장

남해의 다도해 한가운데로 유자 한 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처럼 생긴 고흥 반도. 영남면 남열해수욕장에 서면 다도해 절경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해마다 새해 첫날 이곳에서는 해맞이 축제가 열려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떡국과 유자차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백사장을 딛고서 남해 바다 수평선 너머 해돋이를 바라보면 가슴이 희망으로 한껏 충만해진다. 해맞이를 보고 나서는 인근의 팔영산과 천년 고찰 능가사를 둘러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국내 최초 인공위성 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 인근을 유람선으로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305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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