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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09 석학 인터뷰] 앤드루 네이선 교수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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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09 석학 인터뷰] 앤드루 네이선 교수에게 듣는다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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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대는 끝나는가. 중국과 러시아가 초극적 지위를 구가하던 미국의 위상을 흔들고 있고 미국발 금융위기, 조지 W 부시 정부의 외교실책이 겹치면서 미국이 추락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같은 신흥 대국의 등장으로 선진7개국(G7)으로 대표되는 서구 선진국은 지금까지 누려온 특권적 지위를 고집하기 힘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정점으로 한 국제사회의 세력판도가 다극적으로 변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정치의 대가로 꼽히는 뉴욕 콜롬비아대학의 앤드루 네이선 교수를 그의 대학 연구실과 뉴저지의 자택에서 만나 국제사회에 태동하는 새로운 질서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부시 정부의 실패가 미국에 미친 손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권력이동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담 :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_미국 주도의 '단극시대'가 가고 '다극시대' 심지어 '무극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실정과 금융위기가 이 같은 변화를 가속화했다는 것인데, 이런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가 시작됐다고 보는가.

"부시 정부의 실책이 미국의 힘에 손상을 입혔다는 데는 동의한다. 두 전쟁에서 패배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성공하지 못했고, 북한이나 이란은 대담하게 미국에 맞서고 있다. 러시아도 미국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초극시대가 다극시대로 옮아가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단극시대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거나, 그렇다 하더라도 매우 짧은 기간이었을 뿐이다. 냉전 이후 미국이 '유일한 슈퍼파워'가 됐지만, 국제 현안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럽 중국 일본 등이 지역안보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러시아는 힘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브라질 인도 같은 신흥대국도 부상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판단착오는 초극시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시 정부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런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위기는 미국 자체보다 오히려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국제금융에서 미국 달러가 갖는 지배력 때문에 달러는 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지배력은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오히려 강화됐다. 군사적인 면의 변화 역시 장비나 훈련의 복잡성 때문에 더욱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 해군력이나 핵능력을 키우고 있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군사 파병능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런 점에서 다음 20년 간 미국 대 경쟁국들 간의 '힘의 균형'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_과거 20년 동안 발생한 가장 전략적인 변화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가장 큰 전략적 변화는 중국의 부상이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중국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데올로기는 파산하고, 사회는 분열됐으며, 경제는 심각한 상태로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견고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ㆍ개방과 지도부 교체를 거치면서 중국 정부는 정치통제와 대중선전에 능숙해졌고, 그 결과 안정적인 경제성장, 정치안정을 이뤘다. 두 번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의 재등장이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러시아는 외교와 안보에서 보다 확고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이익과 직결돼 있는 중동과 동유럽, 중앙아시아, 심지어는 남미에서까지 미국의 힘을 제한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브릭스(BRICs)'와 같은 신흥 경제강국의 등장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쇠퇴'를 들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제3의 민주주의 물결'을 언급했다. 1974년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80년대 한국 대만 동유럽 구소련으로까지 민주주의 물결이 전파됐다. 그러나 90년대 초 이후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새로운 민주주의'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한국 대만 필리핀 태국 몽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여러 종류의 불안정성을 경험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적 정권은 냉전 이후 민주주의 시장경제만이 올바른 해답이라는 '최종 판결', '역사의 종결'의 인식이 환상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던졌다. 금융위기는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키며 무엇이 이상적인 것인가를 다시 생각케 했다."

_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강구했어야 했는가.

"중국 인도 브라질의 부상, 심지어 러시아의 재등장은 미국도 원하는 긍정적인 발전이다. 미국은 리처드 닉슨 정부 이후 중국 개입정책을 추구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번영과 안정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사실이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을 사실상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이는 북핵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 같은 긍정적인 면으로 표출됐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소득이 손실보다 크다.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이다. 문제는 부시 정부가 세부적으로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결적 구도에 치우쳤고, 외교의 다면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대북정책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_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가 미국과 세계의 정치 지형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오바마 정부는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도덕적 가치를 회복해 미국의 외교력을 복원하려 할 것이다. 이것이 성공할지 여부는 경제력에 달려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주도적인 엔진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면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과거보다도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위기대응에 성공하지 못해 미국 내 보호주의 목소리가 득세하면 경제회복은 늦어지고 미국의 영향력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지역별 패권에 가려질 수 있다."

_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브라질, 특히 중국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중국이 미국과 나란히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주도 국가의 면모를 갖췄다는 의미인가.

"중국은 경제적인 면에서 이미 대국(big player)이다. 30~40년 후에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세계 시스템의 룰을 바꾸려는) '수정주의적(revisionist) 파워'보다는 '현실 유지적(status quo) 파워'로 중국을 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파키스탄 이란과의 핵 협력설 등 논란이 없지 않으나 핵 비확산 정책에 대부분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과 동등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군사ㆍ경제적으로 중국보다 월등하다. 아시아 바깥에서 중국의 역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로 인해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상대적 파워를 과장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지금 세계 4위 경제대국이지만, 세계 경제에서 갖는 비중은 캘리포니아의 두배 정도인 6%에 불과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계산하면 세계 106위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제력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노동력에서 나온다. 원자재를 수입해 값싼 노동력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무역이 중국 경제의 원천이다. 무역은 곧 상호의존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16세기 스페인, 16ㆍ17세기의 네덜란드, 19세기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제국주의 수탈경제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은 교역상대국이 함께 발전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정치ㆍ경제적인 팽창이 아닌 다른 주요 강대국들과의 힘의 균형이 중국이 번영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공식이다."

금융위기 불구 美 다방면서 지배력 여전

中 대국부상 불구 역할은 아직 한계있어

오바마 정부 성공여부 경제력이 관건될 듯

_중국 정부가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국제적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독재정권의 압제를 외면하고 오히려 이들 국가와의 거래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의 이런 행태가 세계를 더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가.

"중국이 민주화 목소리와 인권을 탄압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현실적인 파워'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안정은 에너지 확보라는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불안정은 에너지 수급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중국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중국은 오히려 서방의 인권운동, 민주화 요구가 지역 불안정성을 더욱 조장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이 인권에 눈을 감는다는 말은 맞지만, 이것이 세계의 불안정성을 조장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_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기회로 금융위기 등 미국의 리더십 추락을 이용할 가능성은 없는가.

"중국은 자국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금융자산을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미국 기업의 장래성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위기를 이용하겠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국은 미국에 좋은 것이 자국에도 이익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상호의존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이 계속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돕는 것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_중국과 미국이 전략적으로 충돌할 여지는 없는가, 특히 아시아에?

"양국은 경제, 지역안보, 글로벌 무역시스템, 북핵문제 등에서 협조적이다. 물론 잠재적으로 서로 이익이 충돌할 분야는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우월적인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대항카드로 쓰고 있다. 중국은 일본을 군사적으로 무력화하려 한다. 중국은 대만을 통일하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군사적 압박을 동원하는 것을 막고 있다. 전략적으로 중국은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지배적인 강대국으로 남으려 할 것이고, 중앙아시아에서는 러시아와 함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행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중국 지도부는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는 것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다른 나라의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역할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이 커지는 것이 반드시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_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0년 이상 계속된 달러 지배력이 더 이상 계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의 경과과정이 필요하다. 대안 기축화폐로 유로와 엔을 생각할 수 있는데 둘 다 문제를 안고 있다. 유로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예산과 각 회원국의 독립적인 경제정책에 결부돼 있다. 특히 독일 경제의 건강성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 문제이다. 엔 역시 일본 경제에 대한 노출도가 워낙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달러로 상징되는 미국 경제는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안정성이나 수익성에서도 다른 통화보다 우수하다. 미국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힘들다."

_사르코지 대통령은 '강한 유럽'을 표방하고 있다. '유럽합중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는데, 미국에 종속적이었던 유럽의 대외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지 않은가.

"유럽 통합과정은 50년 이상 계속돼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느리다. 2년 전 유럽헌법 제정이 무산된 것이 한 예이다. 유럽의 정치 시스템은 지나치게 협의적이고 다면적이어서 비효율적이다. 유럽이 가까운 장래에 미국처럼 단호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EU는 실제 국가가 아니다. 특히 군사적인 면에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이란 핵 문제, 구 유고연방 처리문제에서 세부적으로 접근방법의 차이가 있었지만 안보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이익이 일치한다."

_'문명의 충돌' 개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종교적 차이가 정치, 사회적으로 미묘한 갈등을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구에서 이질적인 종교 특히 이슬람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나.

"나는 문명의 충돌을 믿지 않는다. 이슬람 내에서도 많은 다른 목소리가 있다.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나 인도는 대부분이 온건적이다. 근본주의를 말하자면 유대교나 기독교에도 극단적인 세력이 존재한다. 오랜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교육과 현대화를 통해 근본주의 세력을 중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존재하지도 않는 적을 만들어 그것이 이슬람 전체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_푸틴의 러시아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과거 크렘린의 통제정치가 부활하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루지야 침공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신냉전'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푸틴의 대결적 정책이 미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맞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러시아가 주장하는 합법적인 안보이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까지 끌어안아 러시아 국경선까지 확장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만약 그럴 필요성이 있다면 러시아가 안심할 수 있도록 러시아를 서구의 안보 동맹에 끌어들이는 시간표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나토의 확장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부시 정부의 또 다른 실패작이다. 두 번째로 러시아의 파워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 병력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는 지나치게 원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국민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 러시아가 미국과 더불어 슈퍼파워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다. 지역적인 패권국가로서 그리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도이다. 미국이 '신냉전'의 라이벌로 러시아를 상정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_오바마 정부의 북핵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나.

"미국의 대북협상 창구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진행해 온 지금까지의 협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핵불능화, 경제적 지원, 정치적 보상 등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검증이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시험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이익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오바마 정부와 타협하기를 바랄 것이다."

_한반도 통일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통일된 한국이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통일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한국 정부가 들어갈 수 있는 권력 진공상태가 발생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관련국들은 통일을 가능한 한 늦추려고 할 것이다. 북한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고 싶지 않은 한국 정부는 북한 경제가 크게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할 것이고, 중국 등 주변국들은 한반도의 분단을 통해 안보 이익을 계속 추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되면 미국 중국 일본이 한반도의 영향력을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할 것이다. 중국이 경제를 안정되게 유지하고 한국 정부의 대중국 투자가 지금처럼 계속 이뤄진다면 중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이나 일본보다 유리할 수 있다.

_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어떻게 예상하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안보 딜레마'가 있다. 양국이 너무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데다 자신들이 편안하다고 느끼기 위해 필요한 넓은 안보지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두 나라의 안보이익 상 상호균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두 나라의 안보 딜레마는 미국에 의해 조장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은 군사기지로, 첨단산업 및 안보 파트너로 일본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이 팽창할수록 미ㆍ중, 중ㆍ일 간 군사협력 관계는 미묘해질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충돌은 생각하기 힘들지만 상호간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앤드루 네이선 교수는

앤드루 네이선(65) 콜롬비아대 교수는 미국에서 국제정치학 분야의 손꼽히는 대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중국 일본 북한 등 동아시아의 외교ㆍ안보분야에 조예가 깊고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도 밝다. 그의 강의실에는 수백명의 학생이 몰리기 때문에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다. 특히 중국 정치학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어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강의가 반드시 들어야 하는 코스로 꼽힌다.

네이선 교수는 연구, 저술은 물론 외부 현장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중 인권문제는 그가 정력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교내에서는 인권센터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고, 캠퍼스 밖에서는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와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미중관계위원회(USCC)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역할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을, 국제사회를 이끌 책임 있는 중심국가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중국에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중국사회가 갖고 있는 비민주적 행태와 한계에도 주목해 중국 환상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역할론 때문에 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각은 복잡하다.

네이선 교수는 인터뷰 중 "다가올 20년간 주목할만한 파워의 이동은 생각하기 힘들지만,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예측하기 힘든 와일드 카드"라고 말했다. 만약 중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린다면 주도 국가로서의 영향력을 잃는 중국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질병 난민 등의 발생, 국경지역의 불안정성 증대 등 국제사회가 받는 충격도 엄청나기 때문에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안정과 발전이 갖는 의미는 심대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현실적인 영향력을 인정해야 하고 따라서 중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국제사회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1971년부터 콜롬비아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네이선 교수는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 지역연구로 석사학위를, 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ㆍ뉴저지에서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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