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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컴퓨터 아버지'의 지적 열망과 괴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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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컴퓨터 아버지'의 지적 열망과 괴짜 삶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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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비트 지음ㆍ고중숙 옮김/승산 발행·398쪽·1만8,000원

"저는 이것을 영국 정부에 고가로 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도덕적으로 괜찮은 일인지 궁금합니다. 어머니 생각에는 어떤가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이 1936년 모친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만든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 영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튜링이 '결정 가능성 문제'라는 복잡한 수학적 과제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가상의 '튜링 기계' 덕분이었다. 바로 오늘날의 컴퓨터다.

이 책은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튜링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컴퓨터와 암호에 관한 정보는 물론, 한 괴짜 과학자의 삶으로부터 현대 컴퓨터 과학의 태동기를 보여준다. 또 당대의 편견, 도덕관 등과 마찰을 빚으며 살아야 했던 천재의 모습도 보인다.

튜링은 1999년 타임지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한 인물이다. 1,000만 달러가 넘는 슈퍼 컴퓨터에서 휴대폰 속의 칩까지, 모두 튜링이 정립한 계산기의 변종인 것이다. 자연과학도인 그가 철학과 논리학에도 깊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각 분야의 석학들과 사귀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군림하던 프린스턴대학에서의 대학원 교육, 까다롭기로 소문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의 유명한 토론, 독일군의 난해한 암호를 그 날 그 날 풀어야 했던 일상 등은 튜링이 얼마나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해 있었던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를 일반인들의 눈에 진정 흥미로운 인물로 비치게 한 것은 당시 사회적으로 절대 금기였던 동성애에 탐닉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컴퓨터라는 아직 이질적인 존재와 어울려 당대 종교와 정면으로 대립, 그를 더욱 괴짜로 만들었다. 말년에 그는 자신을 기이한 삼단논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튜링은 기계가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 튜링은 남자와 동침한다 / 그러므로 기계는 생각하지 못 한다." 동성애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그는 호르몬 주사로 화학적 거세까지 당했다.

책은 튜링의 작업 내용을 생생히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암호 제작, 인공지능 탄생의 과정 등 고도로 기술적인 부분까지 충실히 서술돼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재미있게 독파할 수 있는 책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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