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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세계질서-위기에 기회 있다] 1부 흔들리는 팍스아메리카나 <1> 경제지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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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세계질서-위기에 기회 있다] 1부 흔들리는 팍스아메리카나 <1> 경제지도가 바뀐다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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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 위기로 달러화 시대의 종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 갔다."(짐 로저스 퀀텀펀드 창업자)

"미국은 이번 위기를 넘기겠지만,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

언제까지나 영원할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로마제국도, 대영제국도 결국 새로운 권력 앞에 권좌를 내주고 말았다. 미국의 지배 하에 세계평화 질서가 유지된다는'팍스 아메리카나'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선 패권국가들이 그랬듯, 지금 미국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언'이 잇따른다.

굳건했던'팍스 아메리카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제조업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갈수록 불어났고, 감세와 전쟁 등으로 재정수지 적자도 날로 쌓여만 갔다. 2004년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등 '쌍둥이 적자'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9%까지 치솟았다. 아마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한정 찍어낼 수 있었던 달러가 없었다면 미국은 일찌감치 파산 선언을 하고 말았을 터.

굳건했던 달러화의 지위도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유로화의 등장과 함께 기축통화의 한 축을 유로에 내줘야 했다. 90%를 웃돌던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거래 비중(200%기준)은 2007년 86% 수준까지 낮아졌고, 유로화 거래 비중은 37%에 달했다.

신흥국들의 도전도 매서웠다. 중국을 필두로 한'브릭스(BRICs)'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5.3%에서 2007년 12.8%로 급증했다.

이런 와중에 닥친 것이 대공황에 버금간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금융은 제조업의 부진 속에서도 지금껏 '슈퍼 미국'을 유지시켜온 원동력이자 미국인들의 자존심. 위기가 금융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국인들에게는 치욕에 다름 없었다.

베어스턴스를 시작으로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AIG, 그리고 씨티그룹까지. 미국 금융산업의 대표 선수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정부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달러화의 위상 추락도 더욱 가팔라졌다. 유로 당 0.9달러 수준이었던 달러ㆍ유로 환율은 지금 1.4달러 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기존 국제기구의 위상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이 금융위기 돌파를 위해 선진7개국(G7) 회의 대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참석하는 선진ㆍ신흥 20개국(G20) 회의를 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위상 변화의 한 단면이다.

쌍둥이 적자의 심화도 예상된다. 달러 약세로 경상수지 적자는 다소 개선될 거라지만, 새로 집권할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막대한 재정 수요를 감안할 때 재정수지 적자 악화는 불 본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9월 하순, 자조적인 톤으로 이렇게 진단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모델로 자리 잡았던 미국의 우월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식 경제 패권주의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앞선 몇 차례의 도전에도 끄떡 않던 '팍스 아메리카나'가 이번 만큼은 완전한 복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 2030년이 되면…

역사 상 절대 권력이 없는 '다극 체제'나 '무극 체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당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에 급급해 보이지만, 새로운 권좌에 오르려는 국가간, 지역간 물밑 전투는 이미 치열하다. 과연 그 전투의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20년 뒤인 2030년. 세계경제지도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해 봤다.

시나리오 1. 팍스 시니카 시대가 온다

각종 경제 지표에서 중국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1조9,056억달러(2008년 11월말)로 부동의 1위. 미국 국채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언제든 "국채를 팔아치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연 평균 10%가 넘는 중국의 경제 성장 역시 가히 기록적인 수준이다.

비록 금융 위기로 주춤할 수밖에 없지만, 이 추세라면 머지 않아 중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이 유력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30년 세계경제 판도는 중국, 미국, 유럽, 인도의 순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의 자신감도 충만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 "지금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건설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부 지역의 무역 결제를 달러화에서 위안화로 전환하는 등 '위안화 기축통화 만들기'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팍스 시니카' 시대의 도래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제도와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 그래서 향후 상당 기간 중국이 '미성숙 슈퍼파워'(타카하라 아키오 일본 동경대 교수)로 남아 있을 거라는 평가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시나리오 2. 통합 유럽이 세계경제 질서를 리드한다

지난 연말 파이낸셜 타임스의 설문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유로화가 향후 5년 내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기축통화로 부상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미국 국민들조차 절반에 가까운 48%가 유로화의 기축통화 부상을 점쳤다.

유로화의 위상은 이미 무시 못할 수준이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 비중이 4분의 1을 넘어섰고, 금융위기 이후 일부 산유국들은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기 시작했다.

중국만큼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경제 패권에 대한 유럽의 야심도 상당하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세계 지배는 오래갈 수 없다"며 "통합된 유럽이 중국보다 먼저 최고가 된다는 시나리오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유럽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기 위한 선결 과제는 정치적인 통합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 유럽의 패권 확보 여부는 성장 잠재력 및 정치 통합의 실현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3. 미국의 패권은 지속된다

이미 상처 투성이지만, 그렇다고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것은 아니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이고, 군사력이나 금융 등 하드 파워는 물론 문화나 기술 등 소프트 파워에서도 당분간 미국을 추월할 나라는 없어 보인다. "경제 구조의 유연성과 경제 회복 능력은 슈퍼 파워의 지위를 유지시킬 것이다."(로버트 리버 조지타운대 교수) "역사 상 대국들은 그 힘을 뒷받쳐줄 체계가 있었고, 아직 미국에서 그 체계는 무너지지 않았다."(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

삼성경제연구소도 "2030년 중국이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해도 전체적인 패권국 지위는 미국이 그대로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중국과 유럽, 그리고 신흥국들의 거센 추격에 절대 우위는 약화되겠지만 '팍스 아메리카나' 자체에는 흔들림이 없을 거란 얘기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 美 달러 절대권력… 도전과 응전의 연속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7월. 미국 북동부의 한 작은 마을 브레튼우즈에 미국을 비롯해 44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체결된 브레튼우즈 협정문은 이렇게 적고 있다. "모든 협정 가입국의 화폐와 미국 달러화 사이에 고정비율을 정해둔다. 미국은 금 1온스(31g)에 35달러를 고정하는 금본위제를 유지한다."

이렇게 탄생한 전후 미국의 패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 권력이었다. 막강한 경제력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책임졌고,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가장 견고하다는 평가를 받는 '금융 권력'을 창출해 냈다. '언제든,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는' 달러화의 위력,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도 든든한 후원군이었다. 무엇이든 미국이 전파하면 그것이 곧 '글로벌 스탠다드'였다.

하지만 그간 미국 패권에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던 1960년대 후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중앙은행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서 보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것) 중지라는 초강수로 응징했다.

1985년9월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 밖으로는 일본에 쫓기고 안으로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선진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SOS'를 쳤다. 달러화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높이자는 것. 이른바 '플라자 합의'였다. 이후 달러당 엔화 환율은 230엔에서 120엔까지 절반 가까이 추락했고, 일본은 혹독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 EU·中·日강력 부양책 동원 차기 '경제 패권' 노린다

● 미국, "경기 살때까지 돈 푼다" 올인

'불황 때문에 이혼도 미룬다.'

최근 미국의 이혼 상담부부 2쌍 중 1쌍은 이혼 비용 때문에 발걸음을 돌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혼에 따른 비용, 둘이 버는 현실적인 소득 등을 생각해 같이 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연(緣)을 이어가는 부부가 많아지는 것이 현재 미국의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위기는 자고 나면 더 나빠진다고 할 정도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25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불과 한 달도 안돼 300만개로 약속을 수정해야 했다. 경기부양 규모도 대선 기간 중에는 1,500억~1,600억달러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6,000억~8,000억달러가 거론되고 있고, 이나마도 부족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경제의 대외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큰 부담이다.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상호 무역대금 결제에 위안화와 루블화를 쓸 것을 합의하는가 하면, 불안정한 달러화 대신 유로를 결제수단으로 요구하는 국가와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차대전 후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온 달러가 앞으로는 그런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달러화 시대의 종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돈을 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에 돈이 돌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헝클어진 경기를 선순환으로 돌리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경제대책의 요체이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인플레와 재정적자 확대는 한가한 고민으로 치부된다.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공공건설 프로그램'을 밝힌 오바마 당선자는 재정분야에서도 사실상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비상대책을 발동했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월스트리트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수술하느냐도 큰 과제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건전성도 확보하는 '두 토끼 잡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 중국, '성장률 8% 사수' 무더기 대책

"바오바"(保八 ㆍ8%를 사수하라)

중국 정부가 날로 악화하는 경기 상황에서 마지노선으로 삼은 목표다. 어떻게 하든 연 8%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안간힘이 흠뻑 배어있다.

지난 연말에만 쏟아낸 경제 대책만해도 부동산 거래세 인하 등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내수 및 무역 진작을 위한 14개 조치, 실업과의 전쟁 선포 등 실업대책 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지도부는 이미 발표한 4조위안(8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충분치 않으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며 시장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 대책에는 "방심하면 큰일난다"는 위기의식이 묻어있다. 그래서 현금살포까지 불사한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시 정부가 4억 위안(800억원)을 투입, 저소득층 37만 여 가구에 소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위안(2만원) 상품권을 시범 배포했다.

성과가 좋으면 중앙정부는 전국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영기업과 주요 대기업에는 임금은 깎되 사람만을 해고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부동산의 경우 5년을 보유해야만 거래세가 면제됐던 것을 2년으로 크게 줄이는 등 사실상 투기를 조장하면서까지 부동산 경기의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 11월 이후 수출감소 및 주요 항구 물동량 감소 등 최악의 경제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중국 사회의 디플레이션 공포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칸 총재가 "중국의 성장률이 5%로 급전 직하할 수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위기를 국가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철도 확충에만 2020년까지 5조 위안(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도로, 항만, 원자력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을 뭉칫돈을 퍼붓고 있다. 정신리(鄭新立) 국무원 중앙정책실 부주임 등은 "금융위기를 이용해 중국기업이 과감하게 해외 우수 기업의 인수 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의 위기 극복 만이 아니라 위기 극복 이후의 경쟁력 확보가 중국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 유럽, 2000억 유로 규모 재정지출 수혈

2008년 9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까지도 유럽에게 금융위기는 '강 건너 불 구경'이었다.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 위험한 투기에 몰두하며 흥청망청하던 미국의 곤경에 고소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의 첨단 금융파생상품이 '자기집 곳간'까지 좀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는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3분기 연속 -0.2%를 기록해 유로화 출범 10년 만에 처음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올해 1분기까지 고속 성장하던 유럽경제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로존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0.5%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마저 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기업은 문을 닫고 실업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기업이 이미 인원을 감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09년 서유럽에서만 기업 2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EU와 유럽 각국은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2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1.75% 포인트를 인하, 2년 반 만에 최저치인 2.5%로 조정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지, 2009년에 금리가 다시 2%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는 내년부터 2010년 말까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27개 회원국 전체 GDP의 1.5%에 해당하는 2,000억유로(약 36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 경제의 3대축인 독일, 영국, 프랑스가 자국의 상황 때문에 일치된 전략을 추구하지 못하는 점이 걸림돌이기는 하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 상황에서 유럽 국가의 연대가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일본, "친환경 투자로 불황 쓰나미 탈출"

"전세계에 닥친 불황의 쓰나미(津波)는 일본이라고 예외 없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불황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지난달 24일 2009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달러당 87엔대까지 오른 엔화 가치가 입증하듯 일본은 미국발 경제위기의 타격을 가장 덜 받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민첩하고 대담하다. 일본은 사상 최대인 88조5,480억엔(1,260조원)의 새해 예산안 중 경기대책에 직접 동원할 재정 지출이 10조엔을 넘는다. 미국 다음으로 크고 국민총생산 비율로는 주요국 중 최대 수준이다.

주요 대기업의 감산과 이에 따른 중소기업 연쇄 부도, 감원 한풍은 일본이라고 다를 바 없지만 전체 생산과 투자는 축소하면서도 친환경분야의 기술 개발과 생산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혼다자동차 사장은 2010년까지 450만대 판매 목표는 단념하는 대신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율을 당초 목표인 10%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친환경차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닛산(日産)자동차는 NEC와 함께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사용되는 대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연 20만개 양산 계획을 1년 앞당겨 2011년부터 갖출 계획이다. 올해 봄부터 생산을 개시하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座間)시 공장을 대폭 확장하고 미국, 유럽에도 새 공장을 짓는 등 모두 1,000억엔 규모를 투자한다.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三菱) 등 자동차 회사와 파나소닉, 도시바(東芝), 산요(三洋) 등 전기전자회사들도 합작이나 단독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업 기반으로 성장해온 일본 최대 산업용 가스공급업체 다이요닛산(大陽日酸)이 대형 전지 재료 생산 공장 건설을 결정하는 등 태양전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역시 올해부터 태양광발전과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친환경차를 구입하는 가정과 개인에 각각 보조금을 지급한다. 세계적인 불황은 겨우 전주(前奏)가 끝나려 할뿐이지만 일본은 벌써 다음 곡 준비에 들어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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