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를 놓칠 수 없는 글로벌 TOP 성장의 기회로"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가져 다 준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마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 사장단과 2008년 영업실적을 점검하고 새해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컨센서스 미팅'을 갖고 "경제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컨센서스 미팅'을 끝내고 회의실을 나서는 그의 얼굴에는 결연한 각오의 표정이 역력했다.
LG는 구 회장이 강조한 반전의 리더십을 계기로 올해 본격화할 경기 침체를 오히려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한편,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편다는 방침이다. 주력인 전자와 화학 부문은 글로벌 기업 수준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통신서비스의 경우 관련 회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또 성장 잠재력이 큰 친환경 녹색시장 중심으로 주력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해 대응하는 'LG웨이 성장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중장기 미래 사업은 전자와 화학, 통신서비스 등 잘하고 있는 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이들 3대 사업영역 안에서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는 반전의 리더십
구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 동안의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꿈으로써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구 회장은 당시 닥쳤던 어려움들이 단지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이미 세상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시했다. 바로 경영의 틀 자체를 바꾸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강한 경영시스템'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 같은 LG의 변신 노력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완결됐다. LG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앞서 우선 재무구조 개선과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사업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했다. LG는 1998년부터 시작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돌파구를 외자유치와 기업공개에서 찾았다. 해외 우량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67억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했고, 건실한 수익구조를 갖춘 LG텔레콤 등 7개 미공개 우량 계열사를 상장시켜 경영 투명성을 강화했다.
정상국 LG그룹 부사장은 "99년부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가지치기를 시작해 업종을 단순ㆍ전문화하는 작업에 나섰다"며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에 의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시작으로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을 차례로 계열 분리했다. 보험 등 금융업과 전선, 정유, 건설, 유통 등의 사업 분야를 정리하고, 그룹의 사업영역을 전자, 화학, 통신ㆍ서비스로 전문화한 것이다.
'고객가치경영'으로 매출 100조원 돌파
LG는 지주회사 체제가 정착된 2005년 독특한 기업문화인 'LG 웨이'를 선포했다. 'LG 웨이'는 고유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바탕으로 LG만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을 통해 '일등LG'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구 회장은 2006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경영'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제시하면서 "철저한 고객가치 기반 위에서 모든 LG의 경영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가치경영은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LG전자와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 3인방은 2007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사상 최대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그룹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LG식 경영'은 ▦지주회사 체제 정착 등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영환경 구축 ▦3년간 지속된 고객가치경영의 성과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 등을 통해 경영시스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위기일수록 투자와 고용 유지해야
구 회장은 경기 침체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선 보다 많은 투자와 고용이 유지돼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드러냈다. 실제 구 회장은 어렵더라도 고용과 투자, 사회공헌활동비용 등을 줄이거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대신 계열사별로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적극 가동키로 했다.
LG전자는 수익성 위주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시장 지위를 더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휴대폰 부문은 2010년 '글로벌 톱3'로 올라서기 위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인도 중국 중동 아프리카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TV 부문은 2010년까지 200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중동과 중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 시장점유율 확대의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다.
생활가전 부문은 스마트 기술(Smart Technology)과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인정하는 진정한 명품가전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LG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구본무 회장의 '불황극복 3대 키워드'
'고객가치경영' 리더십
"휴대폰을 개발할 때는 세계 각 지역 사람들의 손가락 크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08년 한 해의 연구ㆍ개발(R&D) 성과를 공유하는 보고회에서 연구원들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휴대폰 키패드를 만들 때 R&D 단계부터 세계 각 지역별로 고객들의 손가락 크기가 제 각각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고객 감동'을 위한 LG의 혜안이다.
구 회장은 불황 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단연 '고객가치경영'을 꼽는다. 미래에 직면할 변화는 그 속도와 범위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변화에 적응하기 보다는 '고객가치'를 선도하는 경영을 통해 미래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R&D와 생산, 마케팅, 서비스 등 경영활동 각 부분에서 고객만족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를 창출해 감동을 줄 때 수익과 성장이 자연히 따라온다는 지론이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리더십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컨센서스 미팅(CM)'을 통해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CM은 구 회장과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CEO 및 사업본부장들이 순차적으로 만나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차기 년도 사업계획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합의, 결정하는 LG만의 전략회의.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 전략에 대해 큰 방향만 제시하며, 여기서 합의된 사업전략에 대해선 계열사 CEO에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철저한 책임경영을 실천한다.
철저한 미래 준비 리더십
"미래는 철저한 현재의 준비가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구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철저한 미래 준비'를 강조하며 신사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기존 화학과 전자사업의 토대 위에 TFT-LCD 및 이동통신사업 등 새로운 성장사업을 보태며 LG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왔다.
구 회장이 LG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심을 가진 분야는 '그린 비즈니스'. 태양광과 LED,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등 친환경 사업을 LG의 신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충남 태안의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과 LG이노텍 광주사업장 등 그린 비즈니스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신 성장엔진 사업을 직접 챙길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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