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넘어온 여야 입법 전쟁의 ‘키’는 언론 관련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다. 두 안건 처리 시기와 방식을 두고 여야가 합의를 보게 되면 해를 넘나들며 살풍경한 그림을 그려온 국회에서의 대치는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 가능성은 현재로선 50 대 50이다.
새해 들어 양대 쟁점에 대해 여야 의견이 어느 정도 접근됐다는 얘기가 여야 원내 지도부 주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한을 정하지 않고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합의가 됐다는 것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31일 밤 물밑 접촉을 가진 끝에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간 한나라당은 양대 사안 만큼은 ‘2008년 내 처리’를 고수해 왔다. 조금 양보하더라도 ‘2월 협의 처리’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두 사안에 대해 ‘합의 처리’를 고집하고 있다.“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도 사실상 협의 처리”라며 부정적이었던 게 지금까지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현재 여야의 의견이 접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한은 정하지 않되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는 양쪽이 한 걸음씩 양보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일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간에선 긍정적 분위기가 묻어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가) 윈ㆍ윈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고 협상 길이 보인다”며 “내가 5를 갖고 상대방이 5를 갖는 협상이 가장 잘된 협상”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의 합의는 됐다고 본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개 쟁점 안건에 대해 기존 입장을 수정, 한 발씩 양보하는 안을 놓고 절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송법이 가닥이 잡히면 나머지 법안들은 자연히 물꼬가 터지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지도부간 합의에 이르렀더라도 산이 하나 더 있다.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것이다. 특히 여당 내에는 “사회개혁법안도 양보했는데 방송법과 한미FTA마저 내줄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청와대가 ‘언론 관련법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극적 합의라는 그림보다는 끝까지 저항해 산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잠정 합의를 해놓고 당내 설득 작업을 벌일 요량으로 발표를 미뤘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2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들의 최종 담판 결과에 따라 신년 입법 전쟁의 향배가 결정될 것 같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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