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젖소 수송아지를 키운 육우의 가격폭락으로 많은 사육 농가가 파산에 직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농민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농민을 살리고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지난 해 초까지 한 마리에 50만원이던 송아지는 4만원으로, 300만원이던 600kg짜리 비육우 가격은 180만원 대로 하락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이후 원산지표시제 실시에 따른 육우 고기의 판로 상실과 사료가격 폭등 및 대형할인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에 따라 비육 농가가 육우 송아지의 입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육우산업이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육우 송아지는 낙농의 부산물이므로 원유가격 인상을 통해 송아지가격 하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시장이 육우고기를 외면하고 있어 정책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우송아지가 아무리 낙농의 부산물이라 하더라도 출생하여 판매될 때까지의 사육비용은 물론 이를 구입하여 비육한 육우농가 역시 자가노임조차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농가의 어려움을 방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육우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다.
육우는 한우와 함께 훌륭한 쇠고기 자원으로, 국내 쇠고기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우고기는 최근까지 일부 브랜드육을 제외하면 국내산 쇠고기의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채 이른바 ‘둔갑 판매’의 주범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것은 정책담당자와 유통업자 및 육우 농가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직면한 육우산업을 구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무너지는 육우산업을 구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당장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는 육우송아지와 판로를 상실한 비육우에 대해 최소한의 수매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수매한 육우고기는 군납 또는 대북지원 등의 방법으로 해소하고, 송아지는 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육가공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육우 송아지에 대한 ‘송아지 생산안정제’를 도입하고, 아울러 비육농가에 대해서도 최소한 자가 노임은 건질 수 있는 소득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육우 송아지를 포함한 모든 송아지에 대해 ‘송아지 생산안정제’를 도입하고 있고, 비육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득안전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육우 송아지가 송아지 생산안정제 수혜대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육우농가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신속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육우농가는 육질향상과 비용절감을, 농협 및 생산자단체는 유통망확보와 소비홍보를 통해 중저가의 안전한 고품질 국내산 쇠고기로 육우고기의 위상을 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화시대에 ‘유치(幼稚)산업’이라 할 수 있는 육우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 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석진 영남대 식품산업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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