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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허창수 GS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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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허창수 GS 회장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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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발 앞서 기회를 포착하라"… 변화의 추세 읽는 '기본 경영'

"경제흐름이 바뀌는 시기에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니즈)도 크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 속에 숨어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GS 허창수(사진)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의 추세를 적기에 포착,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기회포착론'을 역설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대부분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GS는 오히려 2009년 공세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허 회장의 포석은 GS가 그 동안 인수ㆍ합병(M&A) 등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마련, 자금 운용 면에서는 다른 그룹들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허 회장은 이어 "어려움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의 기회로 활용, 적극적이고 과감한 자세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거나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허 회장이 제시한 위협을 기회로 바꾸는 열쇠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그는 "위기를 이겨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차별화한 고객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과 글로벌 수준의 운영 효율성 및 확실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겸허히 돌아볼 것 등을 지시하고 있다. 특히 임원이나 관리자가 좀 더 현장으로, 또 고객 속으로 다가가 한 박자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말보다 실천에 힘 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허 회장의 방향 제시에 따라 각 계열사도 올해 사업 계획을 옹골차게 짰다. 먼저 GS칼텍스는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정제마진 악화, 환율 급등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원가 절감 및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가나 환율에 대해선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 시나리오별로 대응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사실 미스터 오일(Mr. Oil)로 불리는 허동수 회장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꿰뚫는 국제 감각과 과감한 결단력을 통해 위기 때마다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6월엔 "변화된 환경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 보다 장차 일어날 변화를 치밀하게 예측, 한 발 앞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 마치 세달 뒤 터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허 회장 스스로는 "상황의 변화를 철저히 파악,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기 보다는 회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이 변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GS홈쇼핑은 소비심리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불경기를 내부 체질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이다. 실제로 국내 홈쇼핑 산업은 외환위기 당시 오히려 급성장한 바 있다. 당시 전통적인 유통망이 지루한 판매 방식을 고수하며 고객 감소를 쳐다보고만 있을 때 홈쇼핑은 환불ㆍ반품 보장과 같은 과감한 고객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최근 경제 위기 이후에도 GS홈쇼핑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며 또 한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홈쇼핑을 외면했던 품목별 최고 브랜드들이 불황에 따라 판매 채널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홈쇼핑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GS홈쇼핑은 물론 이들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생각이다.

GS건설도 외환위기 당시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GS건설은 금융시장에서 위기 신호가 포착되자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 초유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특히 LG엔지니어링을 흡수 합병, 플랜트사업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 대응력이 갖다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GS건설은 올해도 주택 시장 보단 에너지와 환경 관련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신흥시장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팽창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플랜트사업부문에서 파생된 환경과 발전 사업을 독립적인 사업부문으로 분리, 해외발전사업과 물, 폐기물 등의 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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