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입법 전쟁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1주일 남은 임시국회 회기 동안 여야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길을 내는지에 따라 입법 전쟁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고, 연초 정국의 향배도 여기에 좌우될 것이다.
먼저 여야가 최대 쟁점이었던 방송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협상에서 물꼬를 터 극적 타결을 이루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대타협으로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풀면 민생 법안을 시작으로 상당수 쟁점 법안이 순차 처리될 수 있다. 여야는 이미 집시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13개 사회개혁법안을 합의 처리한다는 데까지 이견을 좁혀 왔기 때문에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일방적 질주’, 민주당은 ‘의회민주주의의 파괴’라는 비판적 시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모양새가 좋다. 지각 개원, 예산안 단독 처리, 외교통상통일위 폭력 사태 등 부정적 모습으로 점철됐던 18대 국회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계기도 된다. 친정인 한나라당으로부터 눈 흘김을 당하며 직권상정을 미루고 여야의 대화를 촉구했던 김형오 국회의장 입장에선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협상 실패 후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 이 경우 법안 직권상정의 D_데이는 임시국회 폐회 직전인 6, 7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나라당과 김 의장이 직권상정할 법안을 추려내겠지만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이 당초 연내 처리를 공언한 85개 중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직권상정 시 시민단체와 연대해 장외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국회의 장기 파행이 불가피하다.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가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다. 한나라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172석의 거대 여당이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당내에서도 협상을 책임진 원내 대표단의 사퇴론이 제기될 것이다. ‘MB악법’ 저지에 성공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재협상이 시도되겠지만 결과를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