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기축년(己丑年)을 맞아 재계 총수들의 신년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대법원 상고심 선고공판이 미뤄져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새해 첫날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잠시 귀국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이다. 외환위기 등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창조적인 발상과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며 위기 극복의 혜안을 제시했던 이 전 회장은 아직까지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아마도 선고공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최대주주로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구상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아마도 삼성 사장단 어느 누구보다도 고뇌의 깊이가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연말연시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새해 경영 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자동차업계가 흔들리고 있고 현대ㆍ기아차도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위기 타개를 위한 해외경영 전략과 기술개발 등 돌파구 마련이 최대 관심사다. 특히 새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노사관계에 대한 해법은 정 회장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신정 연휴 동안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 등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휴식을 취하며 새해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온 구 회장의 신년 구상은 5일 신년사에서 밝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객가치 경영'의 구현에 모아질 전망이다. 태양광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한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도 빼놓을 수 없는 구 회장의 관심사다.
연말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사장단 교체를 단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새해를 맞을 예정이다. 최 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을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4월 발표하는 자산기준 재계 순위에서 서열 2위에 올라설 게 확실시되는 SK의 기업 위상과 총수 이미지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SK 측의 전언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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