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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새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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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새해 전망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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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불안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래서 제 앞날을 헤아려 나름대로 대비하기 위해 유난히 애쓰는 습성을 가졌을 수 있다. 다른 동물은 흔히 제게 닥칠 불운을 예감하는 본능을 지닌 점에서 인간보다 우월하다. 따라서 앞날에 대한 불안과 고민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특성이 변화에 대한 적응력, 위기대처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려 더러 멸종에 이른다. 올해가 탄생 200주년인 진화론의 시조 찰스 다윈이 들으면 비웃을지 모르나, 터무니없는 궤변은 아니다.

■인간의 예지력 빈곤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며 새해를 맞았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새해 전망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위기의 발원지 미국의 자구(自救) 노력에 힘입어 하반기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미처 반기기도 전에, 경제가 정상을 되찾으려면 10년은 걸린다는 우울한 진단이 뒤따른다. 이마저도 "위기를 경고하기는커녕 거꾸로 부추긴 경제 전문가들을 어찌 믿느냐"는 야유에 쓸모없게 된다. 그래선지 독일의 한 신문은 "새해 전망-아무 말 마세요"라는 제목 아래 점술가 등의 표정과 몸짓을 담은 사진만 가득 실었다.

■물론 시장경제의 멜트다운(meltdown), '노심(爐心) 융해'로 비유되는 위기상황인 만큼 대량실업 등의 극심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나라 안팎으로 갈등과 분쟁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은 비록 예지력은 없지만 적응력은 뛰어나기에 긍정적 변화 또한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시장 만능 시대의 광포(狂暴)한 탐욕과 사치를 버리고, 절제와 근검 등 전통적 가치와 윤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식이 줄면서 냄비 프라이팬 판매가 늘 것이라는 등의 소비 트렌드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법과 질서, 종교, 가족, 공동체 연대 등을 소중히 여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라마 코미디 영화 등의 대중문화에서도 인류를 구하는 슈퍼맨과 같은 영웅 캐릭터가 다시 인기를 끌 것이라고 한다. 특히 갈등을 강조하고 비트는 사회 비판적 형식보다, 점잖고 정겹고 따뜻한 내용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이 괴로운 대중은 부드럽고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새해 전망은 정치를 비롯해 대중의 안녕을 돌봐야 할 이들이 갈 길을 저절로 일러준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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