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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 전환프로그램' 첫 수혜자 송씨 "고금리 지옥서 해방…새해 희망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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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 전환프로그램' 첫 수혜자 송씨 "고금리 지옥서 해방…새해 희망이 보여요"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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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거래은행으로부터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처리 완료'

송성운(32ㆍ가명)씨는 그제서야 안도의 미소를 지였다. 무미건조한 단문이었지만, 송 씨에겐 더없이 고마운 네 글자였다. 지난 2년간 삶을 풍비박산 냈던 악순환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어둠의 터널 끝에서 찾은 한줄기 불빛.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정말 끔찍한 시간이었어요. 경제가 어렵지만 그래도 새해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송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만든 '신용회복기금 전환대출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다. 캠코는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린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이자가 적은 은행대출로 갈아 탈수 있도록, 지난달 19일부터 이 전환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송씨는 3년전 절친한 친구의 사업자금을 도와주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1,500만원을 빌렸다. 첫 1년은 친구가 꼬박꼬박 갚아나갔지만, 사업실패 후 그는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송씨가 떠안은 빚은 882만원. 연 49%짜리 이자와 원금을 합쳐 월급(120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57만원을 매달 갚아야 했다.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하루하루가 적자. 그는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를 낭떠러지에서 구해준 곳이 신용회복지원센터다. 그는 전환대출 프로그램 적용을 받아 고금리에서 해방됐다. 이제 월 34만원씩(3년) 갚기만 하면 된다. "새해부터는 단돈 10만원이라도 저축하려고 합니다. 액수를 떠나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희망이지요."

새해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역삼동 캠코 신용회복지원센터 상담창구에는 송씨와 비슷한 처지의 서민들로 줄이 끊이질 않았다. 캠코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2,000여통의 문의전화와 200여명의 내방객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고금리의 고통에서 헤매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모(49)씨는 "대부업체가 대출정보를 신용정보사에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자격을 얻지 못했다"며 답답해 했고 허모(39)씨도 "최근에 대부업체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자격이 안 된다고 했다"며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 대부업체 이용자는 130만명. 평균 대출이자율은 45%에 달한다. 내년 불황이 심해지면 훨씬 더 많은 서민들이 은행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대부업체를 찾게 될 터. 급한 대로 고금리 대출을 쓰겠지만, 결국은 이자를 위해 더 빚을 내고 파산으로 몰리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다.

여성가장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4)씨는 "높은 대출이자 때문에 생계가 막막했는데 전환대출 덕에 이젠 한숨 돌리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좀 더 넓어져 새해는 서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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