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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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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입력
2009.01.08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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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검투사 같은 승부사…금융그룹 국가대표로 도약"

2008년 KB금융지주는 뜻 깊은 한해를 보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29일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키고 글로벌 리딩뱅크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을 필두로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5년내 아시아 10대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제2의 외환위기라 불릴 만큼 대내외 여건은 갈수록 악화됐고, 은행권이 자금경색을 초래한 주범으로 몰리면서 지주사 출범 첫해 큰 시련을 맞았다. 황영기 초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국가대표급 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도 은행들이 생존경쟁에 돌입하는 상황에 빠지면서 점차 잊혀져 가는 듯 했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은 출범 당시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며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잠시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금융시장 재편에 KB금융지주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투사' 황영기 회장의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

KB금융지주의 이 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황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하고 있다. 황 회장은 스스로 '검투사'로 부를 만큼, 강한 승부욕으로 KB금융지주를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는 '검투사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는 한번 지면 죽는다 각오로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방법을 찾아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황 회장의 리더십은 지난 외환위기 때부터 주목 받았다. 2001년 삼성투신운용 사장 시절 삼성생명투신운용과 전격 합병해 대우사태 직후 불어 닥친 투신권 위기를 극복했고, 삼성증권 사장을 거쳐 지난 2004년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뒤로는 자산을 50% 가까이 늘려 시장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그는 KB금융지주의 수장으로서 최근 들어 '모죽론(毛竹論)'을 제시하며 새로운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황 회장은 "모죽은 씨를 뿌린지 5년 동안 싹을 피우지 않지만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최대 70~80㎝씩 자라 1년 만에 거대한 나무가 된다"며 "어려울 때 준비를 착실히 해 회복기에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수 합병 시장 재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은인자중하고 서로 위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M&A를 통한 성장에 무게를 뒀다. 현재 금융위기로 잠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글로벌 리딩뱅크를 향한 목표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 최대은행에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황 회장이 내세운 KB금융지주의 목표는 만만치가 않다. 청사진에 따르면 2013년까지 자산 600조원의 아시아 10위이자 세계 50위권의 금융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KB금융지주는 큰 틀의 전략으로 ▦국내 리딩뱅크 지위 공고화 ▦종합 금융체제 역량강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적 영업기반 구축을 설정했다. 시기별로는 ▦1단계(~2009년까지) 사업포트폴리오의 다각화 ▦2단계 (~ 2011년)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및 시장지위 강화 ▦3단계 글로벌 운영모델 정착을 목표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지주사의 가장 큰 부문인 은행은 현재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하기 위해 M&A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의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메가뱅크를 실현해, 미래 성장동력을 튼튼히 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M&A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이 정상화될 경우 KB금융지주는 은행은 물론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떨어지는 증권부문과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 작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아시아-중국-독립국가연합(CIS)권을 연결하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적극적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규모 뿐 아니라 영업망도 전세계로 글로벌화 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리딩뱅크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KB금융지주의 판단이다.

황 회장은 "지금 어렵다고 해서 미래의 성장동력이나 인재 등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을 망각한다면 조직 전체가 방향타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미래를 향한 꿈을 모든 임직원과 공유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 지동현 KB금융지주 부사장/ "당장은 내실 경영… 투자은행 진출 추진"

"KB금융지주는 올초 내실위주의 경영 활동을 통해 하반기 금융시장의 재편에 대비할 것이다."

지동현(50ㆍ사진)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은 2009년 경영키워드에 대해 ▦그룹 시너지 극대화 기반 구축 ▦리스크관리 강화를 통한 성장기반 공고화 ▦비용 효율성 제고 및 수익성 중심의 내실성장 등 3가지로 정리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계열사간의 협력을 통해 그룹의 군살을 빼고,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을 극대화 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대외적 상황은 분명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 부사장은 "경제 성장률 둔화와 경기침체로 성장성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보다는 내실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가계부문의 리스크 증가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증가 ▦미분양 증가에 따른 건설사 부도 ▦중소기업 및 소호대출 부문의 리스크 증가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실 경영은 당분간의 기조일 뿐, 향후 벌어질 금융시장 재편에 대해서는 어느 은행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안정기조로 돌아서고 글로벌 경기가 차츰 살아나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연초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을 합친 금융투자업의 빠른 성장을 할 것"이라며 "KB금융그룹은 금융투자업의 핵심이 될 증권사를 대상으로 M&A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M&A를 통해 투자은행(IB)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미국식으로 증권사가 IB업무를 독립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유럽식으로 은행내에서 IB업무를 통합해서 하느냐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IB업무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또 지주사의 최대 수익원인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은행수가 많은 편으로 일본이나 스위스처럼 3개정도의 대형은행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해 은행권간 합병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지 부사장은 "향후 우리나라 은행들로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이머징 마켓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국가대표급 은행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며 "KB금융그룹이 그 선두에 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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